아주대학교 의과대학 이재옥 교수
인터넷이 우리 일상 속에 보편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전문가인 의사집단이 모든 의학지식을 독점하는 시대가 사라져가고 있다.
의과대학 6년 등을 포함, 총 13년의 세월을 공부해야 비로소 평범한 전문의가 탄생하지만 인터넷의 등장으로 일반인들은 의사와 같은 수준의 고급정보를 의료사이트에서 쉽게 얻을 수 있는 시대에 살게 됐다.
최근 모일간지는 현재 각종 병의원, 제약회사, 건강식품회사 등이 운영하는 의료관련 사이트는 6000여개로 알려졌으며 조사과정에서도 2000개 이상의 사이트가 신규 등록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같은 관련 사이트의 폭주로 일반인들은 의료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반면 부정확한 정보들로 인한 부작용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인터넷 의료 사이트의 가장 심각한 폐단은 개인의료기밀과 상업성에 관한 것이다. 무엇보다 제일 중요한 것은 개인의료기밀의 보장이다. 사이트를 방문한 개인의 인적사항은 물론 과거력과 같은 병력에 관한 정보가 보안이 안돼 외부에 유출될 경우, 사생활이 침해당할 우려가 있다.
둘째, 상업성의 문제다. 불법 제품의 정보가 의료정보와 함께 사이트에서 제공되거나 연결되어 만병통치약 내지 모든 암에 효과가 있는 것처럼 소개되는 경우가 있다. 또 의료정보와 광고를 구분하지 않고 절묘하게 혼합, 일반인의 판단을 흐리게 하고 있어 전문가들은 이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따라서 온라인 보건의료정보의 정착을 위해선 첫째 정부가 규제하는 방안, 둘째 학회나 민간단체에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감시하는 방법, 셋째 정보제공자들의 자율규제, 넷째 환자나 보호자가 직접 평가하는 방법 등이 있다.
미국의 경우 정부가 온라인 상의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현재 온라인 보건의료정보 규정 중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분야의 하나가 개인의료기밀에 관한 법안이다.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구체적으로 시행하는 사례로 온라인 보건의료정보에 관한 「혼(http://www.hon.ch/home.html)」 규약이 있다. 95년 9월께 11개국 60여명의 원격진료 전문가들이 제네바에 모여 인터넷을 효과적이고 믿을 수 있도록 향상시키자는 결의를 하였고 다음해 3월께 혼(HON) 사이트가 시작됐다.
혼사이트에서는 웹사이트의 신청을 받아서 인증을 주고 있다. 웹사이트가 혼에 가입하면, 혼팀이 방문하여 그 웹사이트가 8개 항목의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지를 파악한 후 인증을 주고 있으며 현재 3000개의 사이트가 등록되어 있다.
웹사이트 제공자들의 자율규제 예로는 하이에식스(http://www.hiethics.org) 윤리규정이 있다. 이 사이트에서는 정부의 방침이 결정되기 전에 시행하고 있다. 그 이유는 웹의 특성상 환경이 너무 빨리 변하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 내용으로는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어려워 현업에 종사하는 업계가 주도적으로 규정을 만들고 실현하자는 발상 때문이다.
또 가장 확실한 방법은 네티즌이 바람직한 의료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단체에서 검색엔진을 만들어 양질의 의료정보사이트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이 방식에 선행되거나 병행돼야 하는 것은 네티즌에게 교육을 통해 올바른 의료정보를 판단할 수 있는 분별력을 키워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네티즌의 수준이 사이트를 제대로 판정할 수 있는 힘을 가지면 온라인 상의 의료정보가 호기심을 유발한다할지라도 자기 상황에 알맞게 적용할 수 있는 내용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
따라서 온갖 의료정보 사이트의 범람으로 혼란스러운 양상을 정리하는 여러가지 방안 중 현재 우리나라에서 실현이 가능하고 적절한 방법은 신뢰할 수 있는 단체나 개인이 홈페이지를 운영, 바람직한 의료정보 사이트를 소개하고 소개된 의료정보의 내용을 검토하여 재확인해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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