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네트워크 업체, 기초체력 악화 우려

국내 네트워크 장비업체 및 네트워크 통합(NI) 서비스 업체들이 인터넷 인프라 구축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데 힘입어 매출은 크게 늘고 있으나 핵심인력 유출, 정신적 해이 등으로 기초체력은 이전보다 더 부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네트워크 장비업체로 출발한 H사는 지난해 코스닥 등록 이후 매출 확대에 대한 부담으로 자사 제품 판매를 통한 매출보다는 해외 장비 판매에 더 의존하고 있다. 이는 자사 제품판매로는 연 100% 이상 성장을 요구하는 주주들의 요구를 충족할 수 없기 때문. 이 회사는 지난달 열린 한 전시회에서 자체 개발품이 아닌 해외 장비를 전시, 빈축을 사기도 했으며 광대역무선가입자망(BWLL), 광전송장비 등 자사 개발품이 아닌 제품을 향후 주력상품으로 삼겠다는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NI 사업에 진출하겠다는 이 회사의 방침은 그 동안 이 회사에 우호적이었던 국내 NI 업체들이 이 회사의 제품을 외면하는 등 등을 돌리게 하는 원인으로 번지기까지 했다.

또 다른 중견기업도 기술인력 유출로 올해들어 신제품 개발이 계속 지연되는 등 자체 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기업들도 기술인력 및 영업, 마케팅 인력의 대거 유출로 제품 개발이 취소되거나 지연되고 있다. S사는 차세대 제품만을 자체 기술인력으로 개발중이며 기존 제품의 성능을 보안한 후속제품은 중소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아웃소싱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지만 협력업체마저도 기술인력 유출로 제품 출시가 계속 늦춰지고 있다.

올해부터 네트워크 컨설팅, 원격 유지보수 등 차별화한 서비스로 내실을 다지겠다던 NI 업체들도 핵심인력 유출로 이 부분에 대한 사업의지가 희석되면서 답보상태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올해 국내 매출이 적게는 2배에서 많게는 10배 가까이 늘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공격적인 인력 채용방침에 따라 국내 NI 업체의 핵심인력들이 다국적 기업으로 전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국내 NI 업체와 다국적 기업의 인력 수에서도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대거 인력을 채용한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의 임직원은 이미 150명을 넘어섰는데 비해 국내 대표적인 NI 업체인 쌍용정보통신, 콤텍시스템, 인성정보, 에스넷 등의 네트워크 사업부문 인력은 100명에서 130여명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시스코를 비롯, 노텔, 루슨트, 알카텔 등 거대 다국적 기업들은 하반기에도 인력을 대거 채용한다는 방침이어서 이 같은 인력 역전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다국적 기업들이 최근 인력이 크게 늘어나면서 선행 판매 및 판매 후 관리 활동을 크게 강화하는 등 점차 국내 NI업체들의 역할이 미미해지고 있다』며 『특히 광전송장비 분야는 국내 NI 업체들의 기술력이 미비해 다국적 벤더와 통신서비스업체를 이어주는 거간꾼 역할밖에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꼬집었다.

국내 네트워크 업체들은 국내 업체들의 이 같은 기초체력 약화는 정보통신 서비스와 장비산업이 균형적으로 발전하지 못하고 한 분야만 성장하는 기형적인 산업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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