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47>
반문을 했지만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질문인가 실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자는 콜걸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에스키모의 집주인처럼 귀한 손님을 접대한다는 명목으로 과학 위원회 위원장이 여자직원을 보냈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여자는 그렇게 젊어보이지는 않았지만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지성미가 넘치는 것으로 보아 흔한 콜걸은 아닌 듯했다. 하긴, 러시아에서 외국인을 상대하는 콜걸들은 영어와 독일어에 유창하다. 그러니 알 수 없는 일이다.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나는 사양하겠소.』
『피곤하신가요? 안마를 해드릴까요?』
『뜻은 고맙지만 그것도 사양하겠소.』
내가 정중하게 거절하고 문을 닫았다. 여자는 떠나지 않고 방문 앞에 잠시 머뭇거리는 눈치였다. 그러다가 발자국 소리가 멀어졌다. 그 여자가 문 앞을 떠난 것을 알고 그제야 나는 안심을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여자를 싫어하는 것은 도덕감 때문은 아니었다.
본래 결벽한 성품도 있지만 그보다도 비즈니스 생리에 대해서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그 함정에 빠지고 싶지 않은 반발작용이었다. 한편 아내와의 불화를 핑계로 바람을 피우고도 싶지만, 그 또한 나의 성격에 맞는 일은 아니었다. 그것은 윤리적인 측면이 아니라 성격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낯선 여자가 잠을 설치게 하고 나서 나는 좀처럼 잠이 들지 못했다. 피로한 것은 여전했으나 잠이 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옆방에서 희미하게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그쪽이 윤 실장의 방인지 아닌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리고 윤 실장이 설사 여자를 취한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그의 개인적인 일이지 내가 간섭할 일은 못되었다.
늦잠이 들어선지 아침에 늦게 일어났다. 윤 실장이 내 방에 와서 초인종을 눌러서 깨었다. 그는 매우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다. 마치 휘파람이라도 불고 싶은 듯이 입소리를 내면서 창문을 가린 커튼을 열었다. 밖에서는 눈이 내렸다.
『사장님, 눈 내리는 모스크바입니다. 나는 모스크바가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습니다. 모스크바 여자들이 그렇게 화끈한지도 몰랐고.』
『그게 무슨 말이야?』
『왜 그러세요? 어제 밤에 여자가 왔을텐데요.』
『KIDO에서 보낸 콜걸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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