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44) 벤처기업

해외 진출<34>

『이제 돌아가시는 아버지한테 미안한 일은 딱 한 가지 있습니다. 서울로 오신 지 십년이 넘었는데, 아직도 고부 갈등은 해결되지 않고 있고, 단 한 번도 모시고 살지 못한 것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 탓을 아내에게만 하지 말게, 어쩌면 그 원인이 자네 아버지나 어머니에게도 있을 것이니까.』

『아버지가 거칠고, 어머니가 유난스럽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그래도 사람이 사는 일인데 견딜 수 없을 정도인가요?』

『그래도 견딜 수 있는 것은 아들이지 며느리는 아니야. 한번 설득해 보지 그랬나.』

『왜 설득을 시도하지 않았겠어요. 부모님을 모시면 자기가 나가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합니까. 최근에는 모시겠다고 하지만, 어머니가 들어오지 않으려고 해요. 그것도 이유가 되는 것이 며느리가 불편해 하니 어머니가 들어오시려고 하겠어요?』

『나는 내용을 잘 몰라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자네는 지금 어머니편에서 생각하고 있는 거야. 제수씨 말을 들어보면 또 다르겠지.』

나는 자꾸 화가 치밀어서 자주 술잔을 비웠다. 당장 취기가 돌아서 얼굴이 화끈거렸다.

한 달 전에 아버지가 다시 입원하던 날 아내와 어머니는 다시 격돌했다. 회사 일을 끝내고 병원 입원실에 갔더니 병실에는 아버지와 어머니만이 있고 그곳에 있다는 아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밖으로 나가 복도에서 울고 있었다. 왜 그러느냐고 물으니 처음에는 말을 하지 않으려다가 불만에 가득한 어조로 토해냈다.

『어머님이 먼저 꺼내지도 않은 말로 남의 속을 뒤집어 놓잖아예. 저보고 그라는 거예요. 아버님이 돌아가셔도 나 네 집에 안 간다. 그런 생각은 안 해도 된다. 시아버지가 죽으면 시어머니 혼자 남으니 당연히 아들집에 들어가 사는 것으로 생각할지 몰라도, 나 안 들어갈테니 걱정하지 마라. 나는 네가 힘들어 하는 거 원치 않는다. 하시는 거예요. 누가 뭐라고 했길래 이 마당에 그런 말씀을 해서 남의 속을 뒤집어 놓지예?』

『왜 그래? 원래 그런 분이라는 것을 알잖아. 그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지, 그걸 가지고 속을 뒤집을 필요는 없잖아?』

『당신은 내가 인간이 아니고 신이라도 되는 줄 알아예? 어머니 들어오신다고 누가 걱정을 했고, 누가 들어오지 마라고 했나예? 전에는 그랬지만 이젠 들어오시라는데도 들어오시지 않고 저러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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