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방송·통신 융합은 표준 통일이 관건

배순훈 카이스트 초빙교수

화질개선을 위해 디지털TV 방송을 한다면 서두를 필요가 없을 것이다. 현재도 CRT 수상기의 품질만 좋으면 표준해상도로 수신해도 화질이 크게 문제되지 않을 뿐더러 디지털로 간다고 하더라도 화질개선은 눈에 띄지 않을 것이다. 진정한 디지털방송의 장점은 양방향 통신을 가능하게 해준다는 데 있다. 방송·통신의 융합이 이루어지면서 양방향 통신은 꼭 필요한 방송기능이 될 것이다.

양방향 통신이라고 하여도 방송의 형태이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시청자에게 전달하는 다운로드 통신에는 막대한 디지털정보를 전달하여야 하고 시청자가 반대방향으로 전달하는 데이터는 그 양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비대칭성이 강한 양방향 통신이 된다. 물론 음성 또는 데이터통신하고는 크게 다르다. 그러나 방송과 통신에 쓰이는 기술과 단말기를 포함한 설비에는 많은 부분이 공통으로 활용될 것이다.

모든 미디어가 디지털화하면서 모든 정보는 같은 통로를 통해 패킷으로 전송된다. 이런 기술에서 문제점은 문자정보의 경우 신뢰성이 매우 높아야 한다. 반면 TV의 동영상은 정보량은 막대하나 신뢰성이 좀 부족해도 데이터를 인지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다. 방송과 통신의 융합 결과로 그 각각의 데이터 양과 질이 양극으로 다르다 해도 융합되어 복합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기술적 해결책이 마련되고 있고 궁극적으로는 완벽한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현재 디지털방송은 방송의 표준으로 전송되고 있고 통신은 인터넷 프로토콜로 통일되고 있다. 두 분야의 표준이 서로 호환성이 없어 수신하기 위해서는 각각 다른 장비가 필요하다. TV는 세트톱박스가 필요하고 PC에는 수신카드가 별도로 필요하다. 세트톱박스가 점차 PC와 비슷한 역할을 담당하기 시작하면서 기억용량이 커지고 동시 데이터 처리능력이 증가하게 되었다. 쉽게 말하자면 한 가정에 두 대의 PC가 생긴 셈이다. 방송·통신의 융합으로 불필요한 투자가 생긴 셈이 된다. 이러한 불필요한 투자는 디지털방송의 표준이 통신과 다르면 당분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과거 디지털 전송기술이 덜 발달하여 방송의 특별한 표준이 아니면 고속 전송이 불가능하던 시절에는 용납할 수 있는 방법이었으나, 우리의 경우 후발자의 이점으로 바로 서로 융합된 표준을 채택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초기 투자가 크더라도 처음부터 통신표준으로 방송표준을 통일한다면 결국 선진국보다 앞서 방송·통신 융합을 이루고 사용자망 투자를 효율적으로 하는 셈이 된다. 우리는 전통적으로 제조산업의 수출시장을 위주로 국내 시장은 희생하더라도 선진국 시장에 따라 표준을 정해 왔다.

방송·통신의 융합은 어차피 오는 추세이니 이에 맞추는 것이 유리하다. 현재 시장에서 유행하는 방법을 따르는 것이 대량생산의 이점 때문에 초기 투자가 저렴할 수도 있다. 그러나 변화가 빠르고 그 변화가 어차피 인터넷 프로토콜의 디지털 신호가 된다면 우리는 남보다 빠르게 약간의 투자증가를 감수하고 처음부터 중간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인터넷과 호환성이 있는 표준으로 모험을 한다고 해도 위험은 크지 않다.

인터넷 프로토콜은 이미 많은 사람이 사용하고 있고 그 기술의 안정성은 증명이 되었다. 단지 아직 값싸고 속도가 빠른 기기들이 출시되고 있지 못하다는 약점은 있으나 속도나 가격문제는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어 곧 해결될 전망이다. TV업계가 기존 TV표준(선진국의)을 굳이 고집하지 않고 PC로 세트톱박스 역할을 할 수 있게 융합표준을 만드는 약간의 모험을 한다면 국가 전체로는 1000억달러 정도의 투자를 절감할 수 있다. 물론 성공한다면 세계 최초이므로 막대한 세계시장에서 선두주자가 될 수 있다.

방송·통신의 융합은 전자상거래의 새로운 장을 여는 전환점도 될 것이다. TV를 통한 양방향 통신이 편리해지면 방대한 시청자는 소비자로 바뀌어 구매의 혁명을 가져올 수 있다. TV는 소비자의 친숙함 때문에 PC보다 넓은 고객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어 중소기업 제품도 크게 광고·선전하지 않고도 팔 수 있는 수단이 된다.

앞으로 경제는 내수가 주도하는 시대가 된 만큼 상거래의 획기적인 발전은 바로 국가경제의 발전을 의미하고 국가경쟁력 강화를 의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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