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전자와 유통 분야만큼 변화에 둔감한 산업은 드물다. 하지만 최근 IT 업계를 중심으로 불고 있는 사명변경 바람은 생활전자·유통 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다른 분야 업체는 대부분 신규사업으로 영역을 확대하거나 코스닥 주가를 의식하고 사명을 바꾸는 경우가 많은 반면 생활전자·유통 업체는 주변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 차원에서 CI 작업에 나선 업체가 많다는 것.
물론 이들 업체 가운데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생활전자업체는 일단 요즘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IT 사업과는 거리가 있는 데다 신규사업에 진출해도 사명을 그 사업에 맞게 변경하기 보다는 아예 그 부분을 분사하는 경우가 더 많아 타 분야에 비해서는 사명을 바꾸는 사례가 적은 것으로 비춰지고 있을 따름이다.
생활전자·유통 업체 가운데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CI를 단행한 업체는 총 15개사 정도.
이 가운데 신규사업 진출을 이유로 사명을 변경한 업체는 의료기기업체인 리스템(구 동아엣스선기계), 경비업체인 에스오케이(구 범아종합경비), PC유통업체인 PC뱅크앤닷컴(구 PC뱅크), 인터넷PC업체인 아이돔(구 엑스정보산업), 홈오토메이션 업체인 넷앤테크(구 우리아이큐홈) 등 5개사.
리스템은 첨단 의료장비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힌데 따라 첨단 업체라는 이미지를 위해 사명을 바꿨으며 에스오케이는 보안솔루션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면서 경비업체의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CI를 단행했다.
또 PC뱅크앤닷컴은 인터넷뱅킹 등 인터넷서비스사업에 신규 진출했고 아이돔도 초고속인터넷서비스사업에 나서면서 각각 이름을 변경하고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이들 업체와 달리 노비타(구 한일가전), 르비앙전자(구 제일가전), 조아스전자(구 성진전자), 파세코(구 우신전자), DIC(구 두원산업), 부방테크론(구 국제전열공업) 등 소형가전업체들은 거의 대부분이 생존을 위해 사명을 변경한 경우.
가전 3사에 선풍기·가습기·휴대형 청소기 등 소형가전 제품을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공급해온 이들 업체는 가전 3사가 지난 98년부터 OEM 물량을 대폭 줄여나감에 따라 줄어든 물량을 보전하기 위해 자체 판매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에 봉착했다.
이들 업체에는 국내 시장에서 자체 브랜드 판매를 늘리는 동시에 수출 활로를 모색해야만 했고 이런 상황은 국제적인 감각의 새로운 사명과 브랜드를 탄생하게 했다.
이 밖에 다른 업체들은 사명을 변경한 이유가 각양각색이다. 공통된 이유를 찾자면 산업 환경이 디지털 시대로 변함에 따라 이 같은 시대 상황에 맞는 사명으로 기업이미지를 부각시킨다는 차원에서 CI를 단행했다는 점이다.
소형가전업체인 파세코와 카오디오 업체인 본텍, 소프트웨어 유통업체인 인성디지탈 등이 사명에 첨단 기업임을 강조하기 위한 「텍」이나 디지털 시대라는 시대적 패러다임을 반영해 「디지털」이라는 용어를 붙인 것이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경우다.
인터넷TV업체인 인터넷TV네트웍스는 인터넷TV 업체라는 것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네트워크를 이용한 콘텐츠 사업이 주력분야라는 의미를 살리기 위해 사명을 조선인터넷TV에서 인터넷TV네트웍스로 변경했다. 하지만 이 회사가 사명을 변경한 보다 직접적인 이유는 기존 이름이 홍보에 불리했기 때문이었다. 이 회사는 디지털조선이 출자해 설립한 회사라는 이유로 많은 불이익을 당해온 것이 사실이다.
또 온라인 시장이 급부상하자 인터넷을 통한 홈뱅킹 서비스 사업에 새로 진출한 업체 가운데 일부는 인터넷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해 사명을 변경했고 이 가운데 PC뱅크앤닷컴은 최근 인터넷 업체를 중심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닷컴」이라는 이름을 적용했다.
아직 CI를 단행하지는 않았지만 해태전자도 해태그룹이 해체됨에 따라 부도그룹 기업이라는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오디오 및 통신기기 전문업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사명을 공모하는 등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기업이 사명과 브랜드를 변경하는 CI 작업을 단행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자금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처럼 최근들어 CI 작업에 나서는 업체들이 늘고 있는데는 올해가 새천년을 맞은 첫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새천년을 맞은 데다 올해를 시작으로 디지털 시대로 접어드는 등 산업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올해를 재도약의 기회로 삼으려는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사명을 변경한 업체들은 대부분 이를 시작으로 대대적인 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부방테크론은 사명변경과 함께 회사 로고도 산뜻한 디자인으로 바꾸고 21세기에는 국제적인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또 인성디지탈은 (주)마이크로소프트 총판사업을 시작한 첫달부터 흑자 경영으로 진입하면서 업계 1인당 최고 생산성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기 시작한 데 이어 국내 5대 소프트웨어 업체 가운데 4개사와 파트너십을 맺고 취급 아이템을 다양화해 나가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동시에 디지털시대를 선도할 전문인력을 양성해 소프트웨어 유통 벤처기업으로 재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소형가전 제조업체인 파세코도 「새로운 세기를 향한 국제적 감각의 이미지 구축」이라는 목표 아래 CI를 단행한 업체. 파세코는 세계를 향해 파죽지세로 뻗어나간다는 의미다. 이를 반증이라도하듯 이 회사는 올해 매출목표를 지난해 대비 152억원이 늘어난 826억원으로 잡아놓고 있다.
인터넷TV네트웍스의 경우 이번에 사명을 바꾼 것을 계기로 아예 대기업 대열에 끼어들 수도 있을 정도로 자본금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지난 2월 미국 H&Q AP사로부터 20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 자본금을 38억원에서 358억원 규모로 늘린데 이어 지속적인 자금 유치를 통해 자본금 규모를 2000억원 규모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생활전자 및 유통 업체가 인터넷이나 정보통신을 비롯한 유망산업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IT 산업 분야와는 달리 발전속도가 느린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처럼 새로운 도약과 변화를 위한 움직임은 지속되고 있다.
최근 국내 산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CI 열풍이 타분야에 비해 열세에 놓여있는 생활전자·유통 업계에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자못 기대된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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