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산업의 중심지 대만을 극복하자.」 최근 삼성전자가 대만 노트북컴퓨터 생산업체를 대상으로 특허공세를 펼치면서 요즘 우리나라 PC업체의 「대만 극복」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동안 대만은 세계 PC시장의 절대강자였다. 전 세계 데스크톱 컴퓨터 생산량의 20%, 노트북 생산량의 50%를 차지할 정도로 세계 최대의 PC생산국이었다. 그동안 PC분야에서는 내로라하는 우리나라 PC 업체도 대만은 상대하기 어려운 경쟁자였다. PC 생산량면에서는 데스크톱의 경우 대만의 절반 정도, 노트북의 경우는 1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삼성전자가 대만업체를 대상으로 특허침해에 따른 로열티 지불을 요청하면서 대만 업체의 대응전략이 관심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삼성전자의 특허공세를 계기로 우리나라 업체도 PC부문에서 대만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만의 PC산업의 특성과 우리 업체들의 극복전략을 살펴본다.
◇대만 컴퓨터산업=대만의 PC산업은 경제를 발전의 원동력이라 할 만하다. 지난해말을 기준으로 대만 IT 관련 장비 수출액은 408억달러다. 이 가운데 컴퓨터 하드웨어, 즉 PC 수출액은 338억달러에 달해 IT산업 전체 수출액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대만 PC산업의 현 주소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케 하는 수치다.
대만은 아직까지 세계 최대의 PC 공급기지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지난해 대만에서 생산된 데스크톱은 1830만대, 노트북은 820만대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데스크톱의 20.3%, 노트북컴퓨터는 42.6%에 이르는 양이다.
이렇게 엄청난 수량의 PC를 생산하고 있는 대만이지만 실제 자체시장은 극히 협소하다. 98년 기준으로 대만의 데스크톱 시장규모는 52만8000대, 노트북컴퓨터는 12만9000대 수준. 국내 시장규모의 4분의 1밖에 안된다. 이것은 대만 PC업체가 생산량의 대부분을 자체시장이 아닌 전 세계로 공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대만 컴퓨터업체는 IBM이나 컴팩 등 미국기업은 물론 도시바 등 일본기업 또는 한국의 기업들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으로 엄청난 수량의 PC를 해외로 실어내면서 세계 최대의 PC 수출국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대만의 강점=대만이 세계 제1의 컴퓨터생산기지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원인은 우선 컴퓨터 산업 중심의 인프라가 구축돼 있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실제 대만은 세계 최대의 PC 공급국가이면서 한편으로는 세계 최대의 PC 부품 생산국가다. 주기판의 경우 전 세계 생산량의 79%를 차지하며 모니터는 거의 60%에 육박하고 있다. 탄탄한 컴퓨터 부품산업이 세계 제1의 대만 PC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버팀목인 셈이다.
또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지원과 화교를 중심으로 한 뛰어난 해외정보망은 대만이 시대의 흐름을 가장 정확히 파악해 미국·일본 등 전 세계 컴퓨터업체가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게 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여기에 노사분규가 거의 없어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고 컴퓨터 본체와 주변기기 생산업체 대부분이 중소기업으로 탄탄한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데다 평균 5% 정도에 불과한 낮은 금리도 대만이 세계 최대의 PC생산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게 한 디딤돌이 되고 있다.
◇우리의 극복 가능성=삼성전자의 노트북 특허료 지불요구는 대만 PC업체들에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일부 업체는 삼성전자의 특허료 지불 협상을 벌이면서 조속히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우리 PC업체들이 대만의 벽을 넘을 수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국내 PC업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우리나라가 대만을 제치고 세계 제1의 PC생산국으로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국내 컴퓨터산업이 대만에 비해 경쟁력에서 우위에 설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한국이나 대만기업 모두 CPU나 운용체계(OS)는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핵심부품은 우리 기업이 대만을 앞서고 있다. 메모리나 CD롬, LCD, 하드디스크 등은 국내 기업이 대만에 비해 5년 이상 앞서 있다. 대만 업체도 이들 핵심부품은 우리나라에서 수입하고 있다.
특히 노트북컴퓨터 분야에서는 대만에 비해 기술적 우위에 서 있다. 삼성전자가 대만의 노트북컴퓨터 업체를 대상으로 특허공세를 펼치고 있는 게 이를 반증한다.
하지만 문제는 대만기업의 강점인 대량생산과 저금리에 따른 원가절감, 핵심부품을 제외한 나머지 주기판 등 부품산업의 경쟁력을 어떻게 국내 컴퓨터업체가 극복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정태 대우통신 사장은 『지난해부터 국내 컴퓨터산업도 대량수출에 따른 이익을 실현해가고 있다』며 『이것은 국내 컴퓨터부품 산업도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으로 10여년 전 우리나라가 세계 최대의 컴퓨터 생산국이었던 것처럼 대만에 빼앗겼던 세계 제1의 자리를 충분히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상근 삼성전자 이사도 『국내 컴퓨터산업 기반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본다』며 『국내 컴퓨터업체 스스로 완제품과 부품을 대만에서 수입하는 것은 국내 컴퓨터산업 기반을 무너뜨린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점에서 최근 삼성전자가 대만업체를 대상으로 특허공세 펼치는 것은 우리 PC산업이 대만을 넘어 세계로 가는 길목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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