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H 바이러스 피해 모습

○…26일 CIH바이러스의 최대 피해자는 PC방이었다. 26일 정보보호센터와 백신업체에 접수된 CIH바이러스 신고건수의 30% 이상이 PC방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광주 지역 모 PC방의 경우 26일 0시가 되면서 PC방에 있던 15대의 PC가 모두 바이러스에 감염돼 정지되는 일이 벌어졌다. 또 포항의 한 PC방도 20여대의 PC 중 절반 이상이 CIH바이러스로 작동이 중단돼 백신업체에 고장수리를 요청했다.

12대의 PC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서울 관악구 소재의 한 PC방 업체 사장은 『일주일 전 모든 컴퓨터르 다시 포맷하고 바이러스 체크를 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한탄했다.

○…PC방 못지않게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중고등학교 컴퓨터 실습실의 CIH바이러스 피해도 적지 않았다.

전남 모 고등학교의 경우 컴퓨터 실습실 PC 30여대가 CIH로 무용지물로 변했으며 서울의 한 중학교도 30대 정도의 PC가 이 바이러스에 감염돼 백신업체에 수리를 의뢰했다.

한편 중고등학교의 이같은 피해와 달리 그동안 CIH바이러스에 대비해온 대학교의 CIH바이러스 피해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역 몇몇 대학에서 한두 대의 PC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관계기관에 접수된 것 이외에 거의 모든 대학의 컴퓨터들이 아무런 문제없이 작동됐다.

또 오후가 되면서 방과 후 학생들이 몰리는 컴퓨터 학원에서도 피해 신고가 줄을 이었다.

○…지난해 CIH바이러스로 곤혹을 치뤘던 대기업과 공공기관은 올해 커다란 피해없이 고비를 넘겼다. 이는 대부분의 대기업이 그룹차원에서 일주일 전부터 CIH바이러스에 대한 주의와 예방법을 환기시킨 데 따라 이에 대비했기 때문이다.

특히 일부 업체는 CIH바이러스 피해가 일어날 경우 담당자를 문책하겠다는 내부 지침을 전달할 정도로 CIH바이러스에 대해 강력한 사전조치를 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도 국가정보원이 지난 12일, 정보통신부가 지난 15일에 각 부처에 CIH바이러스 점검에 관한 공문을 발송하면서 내부 준비를 철저히해왔다.

○…대덕연구단지 정부출연기관 16곳과 정부 대전청사에서는 CIH바이러스에 대한 대책 홍보로 이렇다 할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국과학기술원·표준과학연구원·전자통신연구원·한국과학재단 등 대부분의 연구기관은 피해가 없었으며 일부 연구소에서만 PC 10여대가 다운되었으나 대부분 복구가 가능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특허청 등 10개 외청이 입주해 있는 정부대전청사의 경우도 이번 CIH바이러스에 의한 피해는 전혀 없었다.

정부출연연 관계자는 『사전 예방조치와 대대적인 홍보로 이렇다 할 피해는 보고되지 않았다』며 『매달 바이러스 발생 일정표를 작성해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CIH바이러스 피해 컴퓨터의 수리비는 얼마가 적정한가. 26일 하루 동안 CIH에 감염된 컴퓨터를 고치는 데 드는 비용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았다. 백신업체에 바이러스에 감염돼 데이터 복구하러 온 PC사용자 중 일부는 복구비용이 10만원이 넘는다는 얘기를 듣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 중 한 사용자는 『데이터 백업에 필요한 몇천원짜리 디스켓을 사지 않았다가 100배나 되는 데이터 복구 비용을 물게 됐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26일 내내 CIH바이러스 문의를 받은 한국정보보호센터 김재성 선임연구원은 『정품 소프트웨어를 크랙한 불법복제 소프트웨어는 바이러스의 온상이며 개인 사용자나 PC방의 바이러스 감염은 대부분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사용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며 『정품 소프트웨어 사용을 생활화하고 최신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한 백신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습관을 갖는 것만이 바이러스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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