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 수납장표 정보화사업 순탄치 않다.

국내 금융시스템의 선진화를 위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금융기관 수납장표 정보화」 사업이 순탄치 않아 보인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초 지난해 10월로 예정됐던 수납장표 시스템의 본격적인 가동이 금융결제원, 일부 은행의 시스템 구축 지연과 해당기관의 지로요금 산정문제를 둘러싼 마찰로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 단위의 수납장표 시스템 가동은 당분간 불가능할 것으로 보이며 일반 지로 이용에 따른 전국민의 불편과 장표 수작업 처리로 인한 금융기관의 부담도 계속될 전망이다.

◇사업추진 경과

수납장표정보화는 지난 96년 7월에 정부산하 금융정보화추진 분과위원회가 공과금 등 기존 장표 수납제도의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국가정보화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한 사업이다. 하지만 IMF체제 출범 이후 수납장표처리시스템 도입에 따른 비용 부담 등에 대한 은행권의 반발로 사업추진 일정이 무기한 연기됐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7월 국내 금융기관 수납장표 정보화의 첫 사업으로 금융결제원이 시스템과 네트워크 부문은 쌍용정보통신을, 대형인식기 부문은 윤익C&C를, 그리고 중형인식기와 소형인식기 부문은 각각 한국컴퓨터와 콤텍시스템을 최종 사업자로 선정하며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당시 금융결제원은 4개월(16주)여 동안 금융결제원 본부와 50개 지부에 장표인식기를 설치, 이를 통해 정보 처리된 장표내용을 관련기관에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시험 운영을 거쳐 10월말부터 본격적인 가동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세부적인 기술사양 변경에 따른 시스템 구축 지연으로 금융결제원의 10월 가동 계획은 다시 2000년 1월로 연기됐다. 하지만 이 계획 또한 대부분 금융권에서 Y2K문제로 시스템 변경이 곤란하다는 이유를 들어 시행일정을 3월로 연기했으나 아직까지도 금융결제원의 수납장표시스템은 가동되지 않고 있다.

◇왜 계속 연기돼나?

현재 수납장표시스템의 본격적인 가동을 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지로 수납대행 수수료의 현실화 문제다. 금융기관들은 그동안 지로 수수료가 처리비용의 원가에도 못미친다며 지속적으로 인상을 요구해왔다. 실제로 은행측은 『우편요금의 경우 81년 60원에서 현재 170원으로 올랐는데 국민연금, 한국전력 등 대형 지로 이용기관의 지로수수료는 18년째 그대로 머물러 있다』며 『수납장표 시스템 도입 비용 등을 감안할 때 대폭적인 수수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금융결제원, 금융기관과 국민연금·한국전력·한국통신 등 주요 지로 이용기관은 원활한 수납장표 정보화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해 6월 공동협약을 체결, 현재 시스템 표준화와 지로 이용료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관은 수납대행 수수료 현실화를 위해 금융기관·징수기관 공동으로 감우회(회계법인)에 원가분석까지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아직까지 뾰족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향후전망

수납장표 정보화사업은 향후 국내 금융권 전체로 확대될 경우 최소 4000억원에서 많게는 8000억원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올해 금융 부문 최대사업이다.

하지만 국내 수납장표 정보화의 첫 단추를 끼우는 금융결제원의 시스템 가동이 계속 지연됨에 따라 전국 규모의 수납장표 시스템 도입·가동도 올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해 은행권의 수납장표시스템 시장 확대를 기대했던 삼성SDS·LGEDS·현대정보기술·포스데이타 등 SI업체와 네트워크 및 이미지처리시스템 분야의 100여 전문 중소업체들도 향후의 사업추진 과정을 좀더 지켜봐야 할듯 싶다.

실제로 금융결제원의 수납장표시스템 구축을 맡고 있는 쌍용정보통신측도 『수납장표처리 시스템 구축과 부분적인 시험 가동은 이미 완료한 상태지만 다른 은행과의 연계 문제를 고려하면 본격적인 시스템 가동과 도입 시기는 예상보다 훨씬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관련 업계에서는 『현재 추진되는 수납장표 정보화는 더욱 신속, 정확하게 장표 수납을 처리함으로써 국민 불편을 해소하고 징수기관·금융기관의 수납업무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국 규모의 사업인만큼 해당 기관 사이 원활한 공조체제 구축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수납장표정보화 = 지로, 제세 공과금과 어음, 수표 등 금융기관에서 취급하는 장표를 처리센터 또는 교환소에 실물로 전달하는 대신 은행지점 또는 금융결제원 본·지부에서 자동화기기를 이용해 전자데이터 형태로 보관하고 이를 각 기관 사이에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부문 정보화사업이다.

이 사업이 완료되면 각 금융기관은 금융결제원에 설치된 수납장표정보화 시스템을 통해 대부분의 결제업무를 실시간으로 처리함으로써 각종 문서보관 업무와 물류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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