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통신사업자 시리즈(하)-LG그룹(끝)

LG그룹은 기간통신사업자 가운데 가장 큰 잠재력을 인정받고 있다. LG는 통신시장 구조조정의 종속변수가 아니라 독립변수다. 자금과 인력, 기술 노하우를 갖고 있다. 현안은 IMT2000 사업권 획득과 이에 따른 통신사업자의 인수합병이다.

LG가 우선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한솔엠닷컴. 사업자 수가 몇 개가 될지 정부 의중은 오리무중이지만 일단 현 이동전화가입자 수를 최대한 늘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점에서 018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한솔 인수는 한때 LG그룹에 기우는 분위기였고 한솔 직원들조차 한국통신으로 넘어가기보다는 LG그룹에 인수되는 쪽을 선호해 전망이 밝았다. 하지만 한국통신의 견제와 한솔의 요구조건이 달라지면서 지금은 한국통신이 유리하다는 것이 일반적 분석이다.

박운서 IMT2000 사업단장이 최근 한솔과의 인수협상에 대해 『오는 6월까지 지켜보자』고 말한 것은 뚜렷한 진전이 없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해석돼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렇다고 LG가 한솔 인수를 완전 포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가격 차이가 워낙 커 한솔 인수가 지지부진하지만 018 이동전화 가입자 300여만명은 너무 매력적인 요소다.

이는 LG의 한솔 인수가 실패했을 때를 가정하면 잘 알 수 있다. 한솔이 한국통신에 넘어갈 경우 IMT2000을 앞둔 국내 이동전화 시장은 1500만에 육박하는 거대기업 SK텔레콤 연합군과 1000만명짜리 한국통신그룹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가입자 400여만명의 LG텔레콤은 졸지에 종소기업(?)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특히 IMT2000 사업초기, 신규가입자 모집이나 전환 가입자 확보에 나섰을 때 후발주자가 시장점유율을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란 쉽지 않다. 그 어려움은 이미 PCS가 입증해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의 자랑거리는 한솔을 인수하지 않아도 나름의 대안이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이동전화 가입자 규모는 처지더라도 인터넷 경제의 핵인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실히 장악하는 종합통신사업자의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다. LG는 국내 통신업계 가운데 유일하게 서비스(LG텔레콤)와 장비업체(LG정보통신)를 동시에 거느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통신 분야(데이콤)와 콘텐츠분야(LG홈쇼핑, 채널아이)에도 강력한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LG가 최근 하나로통신의 경영권 확보에 집착을 보이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장내에서 LG화재를 통해 900만주가 넘는 하나로통신 지분을 사들이고 있고 얼마전에는 비록 철회되기는 했지만 하나로가 추진한 1조원 가량의 하나로 전환사채 발행에 동의한 유일한 대주주였다. LG의 하나로에 대한 관심을 반증하는 사례다.

LG가 하나로 경영권을 인수하거나 혹은 이에 근접하는 지분을 갖고 있다면 IMT2000 사업권 신청시 한솔 대신 하나로컨소시엄과 연합, LG의 깃발 아래 모든 관련 통신사업자가 결집하는 그랜드컨소시엄을 만들어낼 수도 있다.

하나로컨소시엄에는 온세통신은 물론 지역 무선호출사업자, 중소정보통신 벤처기업이 대부분 포함돼 있어 정치, 경제적으로 무시할 수 없는 세를 형성하고 있고 이들이 LG와 결합하면 파괴력은 엄청날 것이다.

이것이 가시화하면 IMT2000 사업자를 3개 혹은 2개로 한정해도 한국통신이나 SK텔레콤에 밀릴 이유가 전혀 없다.

통신시장 구조조정은 주인이 없는 거대 기간통신사업자, 즉 하나로와 파워콤의 경영권이 결정되는 순간 마무리된다. 현재로서는 LG가 하나로의 주인이 될 것이 유력하고 파워콤 역시 동일인 지분 제한이 풀리는 2003년께에는 LG와 SK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다.

LG는 한솔을 인수하면 좋고 실패해도 하나로와 파워콤을 엮어 한국통신을 능가하는 유무선 통신사업자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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