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 산·학협동 세계화 해설

IT업계의 산·학협동 영역이 다양화하고, 지역적으로도 세계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국내 SW를 포함한 정보통신 산업이 최근 급성장하면서 업계가 세계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IMF 체제 초기 생존의 위기에까지 몰렸던 IT업계는 구조조정을 통한 체질개선과 세계적인 인터넷 붐과 디지털 경영 추세에 따른 수요증가에 힘입어 최근 재도약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인터넷 강국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음에 따라 세계시장에서 국산 정보기술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는 이에 따라 그동안 국내 차원에 머무르던 영업활동을 세계시장으로 확대하면서 그 일환으로 산·학협동의 세계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종래 선진기술 습득차원에서 미국 등 선진국 대학과의 산·학협동을 선호했던 업계는 최근엔 성장 잠재력을 크게 인정받고 있는 중국과 호주 등으로 대상국가를 확대하고 있다.

특히 중국 대학과의 산·학협동은 업계가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중국시장 진출과 관련해 많은 업체들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미 한국하이네트가 중국 옌벤대학과 공동으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해 중국어판 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인 「글로벌 ERP」를 개발했고 한국기업전산원도 중국과학원과 산·학협동 계약을 체결하고 자사 「탑ERP」에 기반한 중국어판 ERP 개발에 나섰다.

이들 업체가 중국 대학이나 연구소와 산·학협동 체제를 구축하려는 가장 큰 이유중의 하나는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 확보다. 당장은 구매력이 부족하지만 장기적으로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은 중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전단계로 산·학협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또 중국인의 문화적 특성상 쉽게 사람을 믿지 않는데다 중화사상으로 인해 외국 제품을 평가절하하려는 경향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도 산·학협동이 이용되고 있다. 지명도가 있는 중국 대학이나 연구소와 손을 잡을 경우 현지인들의 평가가 달라져 제품판매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한국기업전산원측은 『중국과학원은 개발인력이 우수할 뿐 아니라 정책기획 기능 등을 갖고 있는 등 중국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돼 산·학협동의 파트너로 삼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과 산·학협동을 하는 업체들은 『중국어 버전의 SW 개발은 중국뿐 아니라 화교권 동남아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그렇다고 국내 업계가 중국과 산·학협동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과 호주 등의 대학과 연계해 제품개발과 마케팅 활동을 추진하는 업체들도 많이 있다.

MiB테크놀로지는 최근 호주 태스마니아대학과 엑스퍼트 시스템 및 전자우편 시큐리티 분야에서 산·학협동 계약을 체결했고 한국정보공학은 미국의 스탠퍼드대학에 자사 검색엔진을 구축해 주고 산·학협동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MiB가 호주 태스마니아대학과 향후 3년간 공동연구·개발은 물론 해외시장 개척 등에 협력키로 한 것에서 보여지듯이 최근의 세계화된 산·학협동은 연구·개발 차원을 넘어서 마케팅을 포함한 포괄적인 성격을 띠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는 앞으로 국내기업과 외국 대학간의 산·학협동이 단순한 제품개발 분야 협력에 그치지 않고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새로운 방안으로 적극 활용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같은 국내기업의 산·학협동의 세계화 추세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국내 SW 산업이 재도약기를 맞아 업계가 고급 개발인력의 부족 등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산·학협동의 세계화가 이같은 애로를 타개하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업계의 산·학협동 대상국가는 SW 기술력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는 인도와 시장개척이 필요한 유럽 및 동남아 등지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