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광고전 치열

「이미지를 선점하라.」

최근 국내 정보기술(IT) 관련업계의 광고양상이 예년과는 크게 달라지고 있다. 광고물량이 지난해에 비해 2∼3배 늘어났을 뿐만 아니라 대기업이나 외국계 IT업체에 한정돼온 광고주도 중소규모 IT업체로 점차 확산되는 추세다.

광고를 하는 매체도 신문이나 잡지 위주에서 라디오, 버스, 옥외 광고판, 경기장 펜스에 이르기까지 크게 다양해졌다. 또 광고내용도 특정 제품이나 기술을 소개하는 딱딱한 것이 아니라 친숙한 기업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재미있고 부드러운 내용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급증하는 광고물량-국내 IT산업의 호황, 투자 유치 등으로 자금이 넉넉해지면서 기존 IT업체의 광고 예산이 평균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평소에는 대중적인 광고를 생각하기도 힘들었던 신생기업의 광고도 늘고 있다.

한국오라클(대표 강병제)의 경우 올해 광고비용이 지난해보다 2배로 늘어났으며 한국썬은 올 상반기까지 최근 1년 동안 광고물량이 동기 대비 30% 가량 늘었다. 한국오라클의 한 관계자는 『외국계 IT업체의 상당수가 본사 프로모션 차원에서 광고물량을 최고 2배까지 늘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더존컨설팅에서 사명을 바꾼 국내 벤처기업 더존디지털웨어(대표 김택진)의 경우는 지난해 6억∼7억원이던 광고 예산을 올해 40억원으로 크게 늘렸으며 지란지교소프트(대표 오치영)도 신문·잡지·라디오 광고비로만 올해 2억5000만원을 집행하고 TV광고 예산은 별도로 책정할 계획이다.

◇점점 중요해지는 기업 이미지-이러한 광고물량 급증은 자금사정 호전 때문만은 아니다. 인터넷으로 인해 IT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닌 일반인의 일상이 되면서 기업을 알릴 수 있는 대중적인 광고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점이 주요인 가운데 하나다.

특히 하루에도 수십개가 쏟아지는 닷컴 기업들 속에서 자사의 존재를 알리고 이미지를 높이기 위해서는 톡톡 튀는 대중적인 광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또 코스닥 등록이나 투자유치 등이 활발해지면서 주주에 대한 서비스와 기업 인지도 제고를 위해서라도 광고는 필수적인 기업 전략으로 자리잡고 있다.

◇광고 수단도 가지가지-신문·잡지·TV·라디오 등 전통적인 광고 미디어뿐만 아니라 건물 외벽, 옥외 광고판, 시내버스, 경기장 펜스에 이르기까지 광고수단이 다양해지고 있다.

한국CA(대표 하만정)는 지난해 12월부터 공항 가는 길에 대형 옥외 광고판을 설치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케이스. 2002년 월드컵이 열릴 때까지 3년 기간으로 계약한 이 광고판에 투입되는 비용은 12억원. 비용은 적지 않지만 유동인구가 많고 특히 출장이 잦은 CEO들의 눈에 쉽게 띄는 지리적인 이점 때문에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는 것이 CA측의 설명이다.

한국컴퓨터통신(대표 강태헌)도 회사를 중심으로 선릉역, 역삼역, 강남역 세 군데에 옥외 광고판을 설치했으며 한국썬(대표 이상헌), 한국BMC(대표 손영진) 역시 테헤란로 근처에 옥외 광고판을 설치해 대중적인 이미지 심기에 나섰다.

SAP코리아(대표 최승억)는 지난 17일부터 석달 동안 서울시내 버스 11개 노선 50대 차량에 mySAP.com 이미지 광고를 시행하고 있다. 최근 여의도에 사옥을 마련한 한국HP(대표 최준근)는 유리로 된 건물 외벽에 회사 로고와 처음의 벤처정신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의 메시지인 「invent」, 그리고 HP로고 「www.hp.co.kr」를 그려놓아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오라클은 삼성동 입주 건물 위에 빨간색 로고 간판을 설치해 강한 이미지를 심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축구장 펜스에 로고 광고를 해 주목받기도 했다.

이밖에 매체가 다변화되면서 광고내용도 기술, 제품이나 기술 중심보다는 기업 이미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더존디지털웨어는 ERP 기능을 소개하기보다는 자사 ERP를 이용해 내부 정보공유는 물론 업무 프로세스 개선, 신속한 의사결정 등이 가능해져 디지털 경영을 실현할 수 있음을 집중 부각시키고 있다. 지란지교소프트는 「절친한 친구 사이」를 뜻하는 회사 이름을 살려 「인터넷 세상을 가장 즐겁게 만드는 사람들」이라는 카피로 젊은층을 대상으로 한 이미지 광고에 주력하고 있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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