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충환 한국전자(KEC) 사장(56)은 요즘 부쩍 활기에 넘친다. 지난달 끝난 회기연도에 창사 이래 최고의 경영실적을 거둔데다 디지털시대를 겨냥한 신규사업들도 순조롭게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김 사장은 온나라를 들썩거리게 한 벤처열풍을 지켜보며 『우리 회사가 너무 뒤처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에 빠지곤 했다. 이제 김 사장은 이러한 회의감에서 완전히 자유롭다.
제조업체를 뒤켠으로 물러나게 만드는 것으로 여겨졌던 인터넷환경이 오히려 제조업체들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는 「희망」이라는 생각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매출보다 기술과 수익성 위주로 사업을 전개해왔습니다. 이러한 경영기조는 일등 기업만 살아남은 인터넷 환경에서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김 사장은 창밖 양재천 너머 테헤란밸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양재동 KEC빌딩 26층에서 국내 반도체산업의 모태인 한국전자의 새로운 비전을 밝혔다.
-지난해 거둔 실적이 좋게 나타났던데.
▲창사 이래 최고의 경영실적이다. 잠정치이기는 하나 매출은 전 회기보다 26% 증가한 5648억원을 달성했고 경상이익은 무려 348%나 증가했다. 부채비율도 100% 미만으로 떨어져 재무구조도 한결 튼튼해졌다. IMF 한파에서 완전히 벗어나 신규사업을 적극 전개할 수 있게 됐다.
-올해 경영방침은.
▲제조 경쟁력과 마케팅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데 주력하겠다. 제조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6시그마 경영체제를 확립하고 우리가 세계시장에서 강점을 가진 분야에 집중할 계획이다. 또 글로벌시장 경쟁에 맞게 자체 브랜드와 마케팅 분야를 적극 육성할 생각이다.
-전자악기사업의 분사계획도 집중화 전략의 일환인가.
▲그렇다. 전자악기사업이 지난해 흑자로 돌아섰고 장래성도 있으나 반도체 및 부품 전문회사로의 이미지와 맞지 않다고 봐 이르면 다음달께 분사할 계획이다.
-인터넷비즈니스에는 어떻게 대응할 계획인가.
▲지난해 경영실적은 호전됐으나 인터넷환경을 이용한 사업기회의 포착과 이에 걸맞은 경영시스템을 선진업체 수준으로 맞추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올해에는 인터넷환경에 적극 대응할 생각이다. 지난달에는 오라클의 ERP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올해안으로 인터넷에 기반한 정보시스템을 구축해 국내외 사업장은 물론 거래선간 정보가 실시간으로 흐르도록 하겠다.
-한때 한국전자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사업을 위해 대만업체와 제휴하려 한다는 소문이 나돌았는데.
▲검토는 했으나 투자 부담이 커 보류했다. 대신 기존의 TN과 STN LCD 사업을 한층 강화하겠다.
-올해 사업계획은.
▲반도체와 전자부품 위주로 사업구조를 고도화해 지난 회기에 비해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늘리고 영업 이익률도 두자리수를 유지하겠다.
특히 소필터 등 최근 수요가 급증하는 이동기기 및 디지털기기용 부품사업을 적극 추진하겠다. 이를 위해 500억원을 들여 반도체 전공정(FAB) 및 표면실장형 부품의 생산능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신제품에 대한 연구개발에 150억원을 투입해 차세대 기술을 적극 개발할 방침이다.
-사내 벤처를 활성화할 계획이라던데.
▲우리 회사의 전략 방향과 맞지 않으나 직원들이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를 내놓는다. 이를 사장시킬 수는 없어서 33억원 정도를 들여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미 4건의 프로젝트에 투자를 결정했다. 필요할 경우 분사도 적극 추진할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전자가 반도체 및 전자부품회사라는 사실을 모른다.
▲우리 회사는 바깥에 잘 드러내는 편이 아니라서 우리 회사에 투자한 주주들로부터 핀잔을 듣기도 했다. 지금까지 우리는 「좋은 회사는 굳이 알리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려지겠지」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올해부터 달라질 것이다. 인터넷도 적극 활용해 일반인에게도 친숙한 기업으로 다가가겠다.
회사명을 바꾸지 않았으나 한국전자 대신 KEC를 주로 쓰는 것도 이미지 개선의 일환이다.
-한국전자의 비전을 밝힌다면.
▲우리 회사는 2005년께 매출 1조원대에 진입할 계획이다. 지난 30년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1세기 세계 초우량 전자부품 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 우리 임직원들의 바람이며 곧 실현될 것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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