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폭락의 여파로 국내 증시가 사상 최대로 하락했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이헌재 재정경제부 장관이 투자심리 회복을 위해 기자회견까지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전날보다 93.17포인트(11.63%)나 하락한 707.72로 마감했다. 하락폭이나 하락률에서도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코스닥지수도 지난 주말보다 22.34포인트(11.40%) 빠진 173.53으로 전반적인 폭락세를 나타냈다. 이는 지난 97년말 IMF구제금융을 발표한 날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나스닥의 하락이 국가경제의 위기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 것이다.
종목별로도 전 종목이 급락세에서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통신·데이콤·한솔엠닷컴·한통프리텔 등 SK텔레콤을 제외한 대부분의 통신주들이 하한가로 빠졌다. SK텔레콤도 하한가는 아니지만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그동안 강세를 보여온 반도체 분야의 삼성전자도 하한가에 육박하는 급락세를 보였으며 현대전자, 주성엔지니어링, 신성이엔지 등 거의 모든 반도체 및 반도체장비 종목들의 주가가 하한가로 돌아섰다. 이 외에도 삼보컴퓨터를 비롯한 컴퓨터·소프트웨어 업체도 하한가를 기록했으며 특히 다음커뮤니케이션·인터파크·한글과컴퓨터 등 인터넷 전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했다.
홍성태 굿모닝 투자분석부장은 『세계적인 주가폭락 사태에 직면한 국내증시의 하락세는 어쩔 수 없다』며 『그러나 국내 경제는 탄탄한 기조를 갖추고 있어 공황사태와 같은 추가적인 큰 폭의 하락은 없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통신=한국통신을 비롯한 모든 통신주들이 폭락했다. 그러나 인터넷 등 첨단기술주에 대한 거품론 확산으로 전세계 증시가 폭락장을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실적과 성장성을 두루 겸비한 통신 관련주는 무너진 국내 증시를 되살릴 대표 주자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통신서비스업체는 주가가 지난해 고점을 형성한 이후 충분히 기간 조정을 거쳤고 SK텔레콤의 신세기 인수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의 최종 결정과 한솔엠닷컴에 대한 M&A 가시화로 시장 경쟁구도가 분명해지면서 과당경쟁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상승 여력이 크다는 것이 증시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이에 따라 업계 관계자들은 LG정보통신, 팬택, 텔슨전자, 스탠더드텔레콤 등 이동통신단말기업체의 경우는 바닥세 확인 후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많으며 위성수신기 업체, 네트워크 장비 업체의 주가반등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대우증권은 지난 14일 통신업종 전망보고서를 통해 『대형 통신서비스주들의 주가가 4월을 바닥으로 5월부터 점차 상승할 것』이라며 『통신 시장 재편이라는 긍정적인 요인과 오는 7월부터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두고 있어 통신서비스 종목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증가, 주가 반등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도체=삼성전자 등 거의 모든 반도체 종목이 하한가에 육박하는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반도체 관련 종목은 거품장세와는 무관하다는 게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다. 인터넷 종목과는 달리 반도체소자 업체는 올해 큰 폭의 매출과 순익이 예상된다. 반도체 경기 순환 곡선상 지난해부터 수요가 늘기 시작했고 이를 반영하는 반도체 현물시세도 3월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소자업체의 1·4분기 매출액은 상반기 목표액을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하반기에는 반도체 공급부족이 예상돼 올해 소자업체의 매출 및 순익은 크게 늘 것이 확실하다고 애널리스트들은 입을 모은다.
삼성전자, 현대전자 등 반도체 소자업체가 지난해부터 신규라인 증설에 아낌없이 투자를 하고 있어 반도체 장비업체의 1·4분기 매출도 크게 늘었다. 주성엔지니어링·아토·피에스케이테크 등 반도체 전공정업체와 공장 설비업체인 신성이엔지, 성도이엔지 등의 1·4분기 매출실적은 이미 지난해 동기 매출액을 크게 상회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투자가들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주식을 상당보유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한다. 나스닥을 비롯한 외국 증시가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삼성전자 등에 투자한 자금을 빼내갈 가능성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는 반도체가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외국 증시가 산업전반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국내 반도체 시장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인터넷=이번 나스닥 폭락으로 첨단 IT업종의 대표주자로 인식돼 온 인터넷주의 폭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따라서 아직은 어디까지 하락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조차 부담스럽다. 현재 인터넷 전종목이 하한가 밑으로 떨어졌다. 문제는 주가가 많이 떨어질수록 수익성이나 생존자체에 대한 의문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김장환 서울증권 연구원은 『인터넷주들이 무한한 성장잠재력을 무기로 고속성장을 해왔지만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특별한 수익 창출모델이 없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며 『다른 업종에 비해 재무상태가 상대적으로 빈약한 인터넷기업들은 금리 인상시 이자비용을 감당하는 것만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동언 신한증권 연구원도 『인터넷업종이 큰 폭의 하락을 보였지만 추가 하락을 막아줄 만한 어떤 신호도 나오고 있지 않다. 경쟁이 심화되고 수익성이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실적이 뒷받침되는 타업종에 비해 위험이 커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증권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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