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한림원탁토론회

IMF이후 사회분위기가 고수익·고위험을 특징으로 하는 벤처기업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급변하고 있으며 벤처기업과 코스닥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벤처기업의 빠른 성장은 우리나라 경제가 지식기반 경제로 이행되는 등 지식기반형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벤처기업 활성화는 IMF이후 나타난 축소지향적인 구조조정의 한계를 극복하는 적극적인 대안이라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그러나 벤처기업 창업붐과 코스닥시장의 과열은 거품론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벤처기업 창업붐은 IMF이후 나타난 경제패러다임의 변화 때문이며 이러한 변화를 주도한 집단은 대기업 연구소와 국책연구소에 재직하던 우수인력들이다.

특히 일반기업의 부도가 급증하고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시중의 유동성 자금이 벤처투자재원으로 유입되는 등 지식기반경제로 급속히 이동했다.

벤처기업의 창업은 21세기 미래산업의 변화(첨단산업 및 고부가가치화)를 촉진하고 기업가 정신을 발현시켜 경제의 역동성을 제고하는 장점이 있는 반면 벤처기업의 과도한 팽창과 자금집중으로 자원배분을 왜곡하는 단점도 없지 않다. 따라서 벤처기업 정책과 대기업 정책의 상호조화가 필요하다.

민간기업의 연구개발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연구개발에 대한 조세감면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감가상각제도 강화와 세액공제율 인상 등을 통한 기업의 내부자금 확대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둘째는 대학과 연구소간, 대학과 기업간, 연구소와 연구소간 연구 네트워크가 구축되어야 한다. 연구집단간의 네트워킹은 불확실성을 감소시키고 다른 연구주체로부터의 학습·거래비용을 낮추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가져온다.

셋째는 기술거래소 활성화와 전문인력 확보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술거래소 개장을 앞두고 국내 기술거래시장을 주도할 전문회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으나 아직 초기단계에 머물고 있기 때문에 기술이전 서비스를 전문화하는 한편 기술의 경제성을 평가할 수 있는 고급기술인력이 필요하다.

넷째 특허심사기간 단축과 특허심사인력 보강이 필요하다. 특허행정은 매우 전문적인 분야이므로 특허청이 산업재산권 심사처리에 있어 부족한 전문인력을 보충해야 한다. 또한 외부전문가 심사제도를 더욱 활성화함으로써 특허심사의 질적인 수준향상과 심사기간 단축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선진기술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우선 기술제휴를 통해 기술이전을 확대해야 한다. 전략적 기술제휴는 경쟁우위기술의 보완적 보유를 통해 새로운 시장에 진입하거나 시장을 확대하고 해외 선진기술을 효과적으로 획득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대학과 공공연구기관의 협력, 민간기업과 외국대학간의 연구개발협력도 증대해야 하며 우리 기업이 선진국에 연구소를 설립, 선진국의 우수한 연구인력을 활용하고 그들의 첨단기술을 흡수함으로써 우리나라 기업의 기술혁신활동에 효과적으로 이용해야 한다.

특히 국가간 기술수요나 기술이전상의 제도적 장애요인 해소 등을 협의할 수 있는 민간창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술이전 및 기술협약에 관한 실무협의를 통해 국가간 기술이전을 적극 시도하는 한편 기술이전에 따른 제반 제약요인이나 정책적인 문제들을 논의해 기업간 기술이전을 활성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토론내용>

토론자:김각중(전경련 회장), 김호기(한국과학기술원 교수), 성창섭(한국과학기술원 교수), 변대규(벤처기업협회 부회장), 임관(삼성종합기술원 회장), 강응선(매일경제 수석논설위원), 박규태(연세대 교수·사회)

△박규태=21세기는 경제성장에 있어 지적자본이 중요시되는 지식기반사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선진경제는 20세기 제품의 대량생산을 중시해 온 제조업중심의 산업자본주의에서 산업구조나 고용구조면에서 지식기반경제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경제는 후발개도국의 추격을 받고 있고 선진국과도 불가피한 경쟁을 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이런 기본적 인식하에 과연 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대기업과 벤처기업의 역할은 무엇인지에 관해 토론을 시작하겠습니다.

△김각중=우선적으로 벤처기업과 대기업간의 상호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0, 80년대 우리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과 IMF이후 한국경제의 희망으로 떠오른 벤처기업들이 서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열린자세와 상생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벤처기업 생산품의 최종구매자는 대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양측은 상호 보완적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벤처기업은 연구개발능력이 뛰어나나 브랜드인지도, 유통망확보, 마케팅전략 등 영업기반이 부족합니다. 한편 대기업은 국내외 영업망과 탁월한 마케팅 능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만 기초연구개발과 첨단기술이 생각만큼 발달돼있지 못합니다. 따라서 이 둘이 적절히 제휴한다면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성창섭=21세기 국가경제에서 정보산업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실로 막중합니다. 실제로 정보통신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분야만 하더라도 현재 전 세계적으로 총생산 대비 6%를 차지할 정도로 산업구조개혁의 핵심목표가 되고 있으며 그 비중이 점차 확대될 전망입니다. 또한 이들 분야와 더불어 컨설팅, 시스템 엔지니어링, 금융, 교육관련 소프트웨어, 유통분야 등에서 업무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 구현되도록 신속한 산업구조의 개혁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기존의 하드웨어적 산업구조에서 과감히 탈피하고 소프트웨어적 산업구조로 신속히 탈바꿈하도록 국가자원을 집중해야만 「21세기 정보사회에서는 앞서자」는 우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응선=저는 정부가 벤처기업육성 정책을 조심스럽게 진행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벤처산업은 코스닥시장의 활성화와 정부의 적극적인 벤처기업 육성정책이 맞아 떨어져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한편에선 코스닥시장의 버블론이 점차 확산되고 있고 정부의 과도한 지원이 벤처기업의 자생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직접적 개입이나 간섭보다는 시장을 둘러싼 제도와 유인구조 개선쪽으로 무게중심을 둬야 합니다. 즉 벤처자금의 직접적 지원보다는 벤처기업의 장기적 경쟁력 향상이라는 관점에서 시장원리가 잘 작동하도록 구조적 개선에 힘을 써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호기=우리나라 경제모델은 미국의 표준화 지식기반경제와 다르고 또한 중국의 생산중심 경제모델과는 차별되는, 생산과 지식기반 경제론을 접목시킨 새로운 패턴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신기술 개발의 R&D전략은 중소·벤처기업 중심으로, 마케팅과 전체적인 네트워킹은 대기업 중심으로 이어지는 상호협력이 바람직한 역할분담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신산업 경제사회에서의 벤처창업 활성화는 필연적인 발전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므로 유능한 기술인력이 중소기업 혹은 대기업으로부터 유출되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에 스핀오프 제도를 도입해 사내 창업을 유도하는 방법이 유효할 것 같습니다.

△성창섭=우리 현황을 살펴볼 때 국가연구자원 할당에 있어서는 아직도 첨단 정보화 기술개발과 관련된 지식집약적 소프트웨어 관련분야에 대한 연구자원의 집중화는 이뤄지지 않고 그저 소프트웨어 분야가 중요하다고만 총체적으로 주장되고 있을 뿐입니다.

또한 지식기반사회 구현을 정부정책으로 제시한 지 오래건만 문제는 「누가 지식을 만들 것이며, 어떻게 수집분류하고 어떻게 유통시킬 것인가」에 대한 종합적이고도 체계적인 전략이 뛰따르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변대규=상황이 어떠하더라도 능력있는 고급인력들의 벤처행은 계속 장려해야 합니다. 그들의 초기 벤처정신은 기여, 헌신이며 이들을 창업으로 이끈 것은 경제적 보상이었습니다. 하지만 현(IMF 이후) 벤처기업가들은 사회적 기여를 제쳐두고 오직 경제적 보상만을 추구하려는 경향이 짙습니다.

△임관=한국의 경제발전을 위한 산업정책은 재래산업의 경쟁력강화와 신지식기반산업 구축의 양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한다고 봅니다. 재래산업의 주역이었던 대기업의 경쟁력 강화는 정보화와 생산성향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우리는 세계시장 점유율 1, 2위 제품의 수를 늘려나가는 전략을 추구하면 될 것입니다. 신지식기반산업 육성은 벤처라는 메커니즘을 통해 비교적 소규모의 벤처기업이 많이 생길 것이며, 특히 정보통신이나 생명공학 관련 신산업분야에서는 벤처형 대기업의 탄생도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호기=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호 연구개발 협력에 대한 나름의 해결방안을 제시해보면 부품·소재와 같은 분야에서 수요자측인 대기업과 R&D 추진측인 중소기업이 연구개발 시작부터 협력관계가 구축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변대규=대기업과 벤처기업의 협력을 저해하는 요소를 한 가지만 지적하고 싶습니다. 벤처기업인들의 대기업 총수나 최고경영자에 대한 신뢰성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과 달리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하지만 전략적 제휴를 일선에서 맡고 있는 실무진과의 의사소통은 상당히 부족한 실정이며 협조도 잘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대기업과의 제휴과정에서 구체적인 조건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는 실무담당자가 커다란 장애가 된다는 것입니다. 일사불란한 대기업 조직체계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겠지만 이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임관=장기적으로 볼 때 벤처기업의 성공은 벤처자금력, 기업가정신 등과 기술력의 축적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신지식기반산업의 붐을 버블화시키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학기술투자를 획기적으로 증가시켜야 합니다.

△박규태=오랜 시간 토론에 참여해 주신 패널들과 이를 끝까지 경청해 주신 참석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21세기 지식기반사회로의 변화는 벤처기업이 주도해야 하며 한국 경제의 중심축인 대기업은 벤처기업과의 적극적 제휴와 조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상으로 토론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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