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e마켓플레이스를 개설할 수는 있지만 아무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들어 e마켓플레이스 개설 움직임이 온라인과 오프라인, IT와 비IT, 중소기업과 대기업에 관계없이 전 업종에서 봇물 터지듯 일고 있다. 올 한해동안 전세계적으로 1만개의 e마켓플레이스가 개설된다고 하고 국내에서도 어림잡아 수백개는 생겨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 몇 개나 경쟁력을 갖고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업계 전문가들은 앞으로 1, 2년 안에 군소 마켓플레이스의 몰락과 마켓플레이스간 흡수합병이 빈번하게 일어나 2003년경이면 5, 6개의 대형 마켓플레이스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물론 틈새분야에서 살아남는 일부 특화된 마켓플레이스가 존재하겠지만 이미 시장경쟁 구도는 몇몇 대형 마켓플레이스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개설만이 능사가 아닌 경쟁력을 갖춘 마켓플레이스, 더 나아가 경제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시점에 있어서 국내 업체가 세계 경제의 주도적인 위치로 부상할 수 있는 짜임새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구축, 운영하는 것이 요구되고 있다.
성공적인 기업간(B2B) 마켓플레이스 운영의 핵심은 거래 표준화, 긴밀한 멤버십, 기간 시스템 통합 등이다.
우선 e마켓플레이스의 핵심 기능이 상품 구매와 판매를 위한 기업간 거래인 만큼 신속하고 일관된 거래처리를 위해서는 카탈로그 표준화가 선행돼야 한다. 현재 카탈로그 표준은 산업자원부, 전자상거래연구조합, 중소기업진흥공단, 조달청, 전자산업진흥회 등 각 기관과 단체에서 내놓은 표준안과 특정 업체의 개별 표준, 마켓플레이스를 구축한 업체간의 독자적인 내부 표준 등이 혼재돼 있어 당분간 단일화된 글로벌한 표준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업계 전문가들은 우선 마켓플레이스 내부간 거래 표준안을 만들고 카탈로그 서비스 등을 통해 이를 회원사끼리 공유해 나가면서 동시에 관련 부처나 기관의 표준안을 지속적으로 수용하는 점진적인 방안을 권하고 있다.
또한 e마켓플레이스는 N 대 N의 거래모델인 만큼 참여한 기업들의 커뮤니티 구성과 멤버십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김성희 교수는 『B2B에서는 사이트 이름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반드시 많은 회원사를 확보할 필요도 없다』며 『2000∼3000개의 핵심적인 기업들과의 긴밀한 연결만 있으면 일단은 성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즉 B2B e마켓플레이스는 진입장벽이 높은 만큼 다른 곳으로 바꾸는 전환비용(switching cost)이 비싸기 때문에 일단 한번 자리를 잡으면 기본적인 경쟁력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오라클 장동인 이사는 『e마켓플레이스에서도 경쟁사를 혼란에 빠뜨리기 위해 사기성이 농후한 제품 구매나 거래가 무분별하게 판칠 수 있다』며 『e마켓플레이스에 참여한 기업들의 멤버십을 유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멤버십을 위해서는 일반적인 거래 기능이나 파격적인 수수료 뿐만 아니라 수요 예측 정보, 경쟁사 및 고객 정보, 최신 기술 동향과 같은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하거나 무료 ASP 서비스와 같은 차별화된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모색해야 한다. 이를 위해 마켓플레이스 상에서 회원사 기업의 성향이나 거래 실적도에 따라 특화된 캠페인 관리를 하는 기업간 고객관리(CRM)가 가능한 솔루션 도입도 고려할만 하다.
이와 함께 마켓플레이스에서 절대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기업 내부의 시스템 통합, 기업간 시스템 통합, 물류 시스템과의 통합이다. 아무리 많은 구매 주문이 들어온다고 해도 자사의 정확한 생산 스케줄을 잡을 수 없다면 물량 납기일을 맞출 수 없으며 제품당 원가를 모른다면 경쟁사와의 온라인 경매에서 이기기 힘들다. 따라서 생산, 재무, 회계 등의 기간 시스템 통합은 필수적이다. 또 마켓플레이스는 기업이 서로 중층적으로 연결되는 구조이므로 기업간 시스템의 연계나 통합도 요구된다.
이와 함께 물류 시스템은 마켓플레이스 최후의 승패를 가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직까지는 B2B에 있어서 물류가 부차적이라고 대부분 생각하고 있으나 거래가 많아지게되면 결국 물류 때문에 마켓플레이스 자체가 와해되는 사례도 숱하게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마켓플레이스 개설과 함께 물류 시스템을 선점하는 주도면밀함이 요구되고 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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