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산업 ASIC>7회-성공사례

국내 ASIC업체들이 선진 다국적 반도체업체와 동등하게 겨루기는 무척 어렵다. 기술력이 미흡한데다 전반적인 비메모리산업 기반이 취약해 제때 시장에 진입하는 것조차 버겁기 때문이다. 어렵게 상용화한다 해도 브랜드는 물론 마케팅과 영업력이 크게 뒤져 선진업체들과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영세하고 이제 갓 생긴 국내 ASIC업체들이 오랜 기술 축적과 대자본을 확보한 외국업체를 뒤●는 것은 사실상 「하늘의 별따기」에 가깝다.

이 때문에 ASIC업계 관계자들은 『아무리 힘을 내 선진기업을 뒤●아도 저들은 멀찌감치 도망갈 뿐』이라며 『현실적으로 선진기업을 따라잡기가 쉽지 않다』고 한숨을 내쉰다.

국내 ASIC산업의 미래는 없는가. 업계 관계자들은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선진업체들이 미리 자리를 잡고 있는 거대한 시장을 뚫고 들어가는 것은 무리지만 비집고 들어갈 만한 시장은 아직도 도처에 널려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이른바 「틈새시장 전략」이다.

현재 시장을 넓히고 있는 통신용 ASIC시장이라도 국내업체들이 도전할 만한 여지는 여전히 남아 있다.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용 ASIC 개발업체인 아코테크놀로지는 그 가능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루슨트테크놀로지스는 스위치·ATM레이어·피지컬레이어 등을 하나로 묶은 패키지 칩으로 국내 ADSL 칩시장을 거의 독점하고 있다. 국내업체들이 거의 포기하다시피 한 이 시장에서 아코테크놀로지는 ADSL의 비동기모드(ATM) 레이어 부분에 들어가는 칩 개발에 전력투구, 최근 ATM레이어 전용 칩 개발에 성공하고 통신사업자에게 납품을 추진중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루슨트도 올 6월께 우리 회사와 비슷한 칩을 내놓을 계획이나 성능 대비 가격에서 우리 제품이 루슨트 제품에 비해 30% 이상의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ASIC업체인 MCS로직도 남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분야를 집중 공략해 성공한 사례다.

이 회사는 다국적 기업은 물론 국내업체들이 통신이나 네트워크와 같은 「뜨는」 분야에 주력할 때 관심은 적으나 꼭 필요한 음성재생반도체 분야에 집중했다. MCS로직은 이제 이 분야의 선발주자인 일본·대만업체들과 세계시장을 놓고 치열하게 겨루고 있다.

두 회사의 성공은 다른 국내업체들에 틈새시장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교훈은 ASIC산업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사전에 시장을 충분히 알고 도전할 경우 성공의 기회는 그만큼 높아지게 된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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