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88) 벤처기업

IMF<6>

『내 고향은 홍천이야요.』

『뭐라고? 홍천? 강원도 홍천이라고?』

『제 증조 할아버지가 홍천에서 의병이었다고 해요. 관군에게 쫓겨서 만주까지 왔디요.』

조상이 의병이었다는 이 아가씨를 대하고 나자 나는 기분이 이상해지는 것을 느꼈다. 아무 말을 못하고 서 있자 여자는 다시 물었다.

『서울서 왔시오?』

『서울서 오긴 했는데, 그건 어떻게 알았지?』

『얼굴을 보면 알아요.』

중국을 다니면서 입고 있는 의상 때문에 내가 서울에서 온 것을 알아 맞추는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가운을 걸치고 있기 때문에 의상으로서 알 수는 없었다. 얼굴만 보고도 서울에서 온 것을 알아맞힌다고 하니 이 여자의 감각은 특별한 것일까. 아니면 서울에서 온 사내들이 이 곳에 많이 출입을 하는 것일까.

『지금 고향은 어딘데?』

『길림이야요. 길림엔 가 보셨시오?』

『가본 일은 없지만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

『가운을 벗고 여기 누우시라요.』

여자는 우두커니 서 있는 나에게 손짓을 하였다. 조그만 손을 할랑할랑 저으면서 지시하였는데 그녀의 태도는 명랑하고 즐거워하는 인상을 주었다. 이런 일이 별로 달갑지 않을텐데 하나의 직업으로 생각하는 것인지 즐거워하는 태도가 특이했다. 그것은 나이가 어려 보이는 표정과 강한 함경도 사투리가 어울리면서 미묘한 분위기를 주었다. 나는 그녀가 지시한 대로 가운을 벗고 엎드렸다. 그러자 천장을 보고 똑바로 누우라고 했다. 약간 쑥스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여자가 시키는 대로 누웠다. 천장에는 거울이 있었다. 거울에 비쳐서 여자의 모습과 누운 내 몸이 드러났다. 더구나 나의 사타구니에 있는 그것이 서려고 하는지 아니면 숨으려고 하는지 약간 추켜든 채 비쭉이 나온 것이 보였다.

여자가 팔과 다리를 주무르기 시작했다. 일정한 안마 교육을 받았는지 질서있게 하였지만 서툰 것은 확연했다. 다리를 안마하다가 여자가 갑자기 히히 하고 웃더니 사타구니를 손가락으로 툭 건드렸다.

『너는 이 일이 재미있니?』

『히히히, 몰라요. 그런 거이 와 묻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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