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출연연연구회 출범1년>6회-연구회어디로 가야하나

지난해 출연연 기관장 공모가 한창 진행될 때 대덕연구단지와 국무총리실은 물론 각 언론사로 한참이나 지난 모 출연연 기관장 후보의 상조회비 유용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투서가 뿌려졌다.

기관장 후보는 자신이 회장으로 재임중 상조회 업무를 관장하던 부하직원이 거액을 가지고 달아나는 바람에 마치 자신이 상조회비를 횡령한 것처럼 비춰지자 곤혹스러워 했다.

그런가 하면 『출연연 기관장이 바뀐 후 누구누구가 물먹었다』 『모 기관장은 52평이 넘는 관사를 혼자 쓰며 직원을 불러 시설을 수리하거나 청소를 자주 시켜 불만이 이만저만 아니다』 『어느 기관장은 후배를 밀어내 동문회에서도 왕따를 당한다더라』 등 온갖 구설수가 난무했다.

또 누구 줄을 탓느니, 누구 라인이니, 누가 밀었다느니 억측이 난무하기도 했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막연한 추측만 있을 뿐 밝혀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

연구회 출범과 함께 연구회별 소속 출연연 기관장을 공모방식으로 전환하면서 물갈이한 이후에 나타난 출연연 「편가르기 현상」에서 나온 것이다.

어렵게 선임된 출연연 기관장의 임기는 대부분 3년 정도.

기관장이나 출연연 관계자들이 출연연의 틀을 잡기 위해서는 너무 짧은 임기라고 말하지만 이를 연구회가 연장할 방법이 없다.

그런가 하면 일부 출연연을 제외하고는 연구원이 발로 뛰며 프로젝트를 따야 한다. 물론 연구는 프로젝트를 딴 이후에 생각해볼 일이다.

PBS에 따라 인건비를 벌기 위해 진행중인 몇개 과제도 모자라 연구과제 수주전에 나서야 한다. 일단 프로젝트를 수주해야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출연연 연구원들의 「처참한 실상」에 대해 연구회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정책연구비의 일부를 배정하거나 기관고유사업 정도를 챙겨주는 일 이외에는 없다.

『산·연이니 학·연이니 해서 다양한 국내외 협력 및 협정이 체결되고 있지만 성과를 얻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실적을 위한 협약일 뿐 연구소가 그다지 얻을 게 없다는 점을 실무자들은 안다. 그러다 보니 연구소마다 대외협력실을 강화해 인원 배정을 늘리고 있으나 국제 전문가가 몇명이나 있는가. 국내용이고 그나마 협정후 연구소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도출한 경우는 더더욱 없다.』(항우연 L박사)

오히려 출연연이 앞다퉈 협력에 나서 출연연의 전문성을 퇴색시키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은 더욱 상호 연계성이 떨어진다.

5개 연구회를 국무조정실이 총괄하고 있지만 전문성과 인력 부족으로 예산과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산·학·연의 공동 및 경쟁체제 역시 연구주체간에 불신을 가져오는 등 부작용도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연구회가 이같은 출연연의 속사정을 알기에는 지리적인 여건에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효율적인 관리를 연구회가 하려면 출연기관이 밀집해 있는 대덕연구단지에 연구회 공동의 사무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연구회를 총리실 소속에서 과학기술기본법 제정과 함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소속으로 둬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와 같은 시스템으로는 연구회가 당초 기대를 벗어나 「옥상옥」의 신세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특히 현재처럼 출연연 연구원들이 일일이 연구과제를 수주하러 다니는 시스템 아래서는 「연구회가 출연연의 자율경영을 보장하고 연구생산성을 높인다」는 당초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고 연구회가 한계를 보일 뿐이라는 주장이다.

『과학기술계 연구회의 경우 독일의 막스프랑크 등을 벤치마킹한 모델로 정부간섭이 전혀 없는 자율시스템을 추구하고 있으나 정부부처간 부처이기주의가 심하고 공무원의 권위주의가 팽배한 우리나라 현실에는 맞지 않는 시스템이다.』(모 출연연 기관장)

『독일의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한 것도 아니고 객관적인 검증없이 졸속으로 결정한 것인 만큼 연구회에 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다.』(에너지연 H박사)

출연연 관계자들은 연구회가 충분한 검토나 출연연 등의 의견수렴 없이 채택되고 도입된 것이므로 이제부터라도 의견을 모아 재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학기술계는 과기계 연구회를 하나로 통합해 출연연 공동의 관리기구로 삼아 국가연구개발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국과위 아래에 두어 국과위→연구회→출연연으로 이어지는 출연연 연구개발시스템을 강화해 나가야 할 것으로 지적하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가 정부 각 부처의 연구개발사업을 심의·의결하고 연구개발예산·연구개발평가 업무를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기획예산처와 총리실이 갖고 있는 현행 시스템에 비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출연연의 살림을 알아야 할 이사회가 실무자들과 얼굴을 맞대야 속사정을 알 수 있는 만큼 출연연의 실태를 정확하게 알고 상급기관에 알리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연구회가 내건대로 연구기관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출연연마다의 체계적인 그림을 그려 나가기 위해서는 서류상의 실상도 좋지만 연구현장의 바닥에서 움직이는 실상을 먼저 파악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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