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전성기 맞은 카드류 주변기기>1회-프롤로그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한동안 크게 위축됐던 국내 멀티미디어카드 시장이 기사회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래픽카드 사업으로 벤처신화를 일궈냈던 가산전자와 두인전자의 매출을 훨씬 뛰어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며 앞으로 PC 생산확대와 더불어 시장이 만개할 전망이다. 특히 국내 멀티미디어카드 제조업체들은 생산설비를 증설하고 인력을 확보하는 등 PC 시장환경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그래픽카드 업체들의 시설, 인력투자 현황과 세계시장으로 도약을 위한 방안과 문제점을 5회에 걸쳐 시리즈로 엮어본다. 편집자

국내 멀티미디어 카드류 주변기기 시장이 PC 생산량 확대에 힘입어 본격적인 활성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특히 멀티미디어카드류 주변기기의 한 축을 형성하는 그래픽카드는 올해 약 2000억∼2500억원으로 사상 최대의 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컴퓨터와 멀티미디어 보급이 활발하던 지난 94∼97년 그래픽카드 업계 전체가 거둔 연평균 매출액을 두배 이상 뛰어넘는 수치다.

한때 사양산업으로 전락했다는 우려를 자아내던 그래픽카드 시장이 활성화된 것은 국내 PC시장이 연간 300만대 수준으로 전년대비 2배 이상 확대되고 있는데다 수출용 PC시장이 대폭 커진 두 가지 요인 때문이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월간 11만∼14만장 규모의 그래픽카드 시장을 놓고 가산전자와 두인전자를 비롯한 20여개 제조·수입업체가 난립해 경쟁을 벌이는 모습으로 전개돼 왔다. 그러나 절대적인 시장이 작아 가산전자와 두인전자 역시 협소한 내수시장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매출 확대를 위해 해외시장 공략을 추진하다가 IMF를 겪게 됐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PC 생산량이 점차 확대돼 완성PC 공급업체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 공급량이 늘어나고 용산전자상가를 비롯한 집단상가의 경기가 살아나면서 그래픽카드 제조여건이 호전되고 있다.

현재 그래픽카드 업계가 추정하고 있는 국내 PC 생산량은 전세계 생산량의 10%에 해당하는 연간 1000만대 수준. 이 가운데 70% 이상이 수출모델이며 나머지 300만대를 국내에서 소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래픽카드 업계의 신흥 4강체제를 형성하고 있는 제이스텍과 시그마컴, 택산전자, 아이지텔레콤이 생산하는 그래픽카드를 충분히 흡수할 정도의 규모라는 평가다. 그래픽카드 업체들의 가장 큰 염원이 실현된 셈이다. 이 때문에 그래픽카드 사업을 사실상 중단했던 가산전자도 사업을 재개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수시장 확대에 못지 않게 자금확보가 쉬워진 것도 그래픽카드 업체들의 경쟁력 강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제이스텍과 택산전자가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이후 두 회사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매집해 R&D와 시설에 재투자함으로써 세계적인 업체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하고 있다. 코스닥 등록기업은 아니지만 시그마컴을 비롯, 아이지텔레콤·에바트티앤씨·옴니미디어·성호정보통신·알토스씨앤씨 등 멀티미디어 카드 개발업체들도 벤처투자 열기로 생산설비 투자재원을 마련하고 확대조짐을 보이고 있는 그래픽카드 시장점유에 나서고 있다.

현재 시그마컴을 비롯해 제이스텍·아이지텔레콤과 택산전자 등 주요 그래픽카드 제조업체들은 적게는 8억원에서 5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단행하고 있는 상태다. 기존에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는 기업들은 시설확충을, 신규업체는 부지매입에서 설비도입까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런 설비투자 러시는 시중자금이 IT 벤처분야로 꾸준히 유입되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지만 외주가공에 의존하기보다는 자체 생산설비로 불량률과 제조원가를 줄이는 한편 다품종 소량생산을 추구하려는 그래픽카드 업체들의 아이템 다변화 전략 의도가 깔려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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