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통합(SI)은 분명 미래 정보사회의 「꽃」이다.
15년여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2000년 현재 전체 정보통신산업에서 매출 대비 17.5%를 차지할 정도로 급성장을 거듭해왔다. 더욱이 오는 2005년까지 연평균 59.7%의 높은 성장률과 함께 9억달러 이상의 수출이 예상되는 고부가가치 성장산업이다.
삼성SDS 김홍기 사장도 『모든 산업과 국가 기간망에 정보인프라를 제공하는 SI산업의 역할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으며 시장 잠재력과 미래 성장 가능성 또한 무한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SI는 하드웨어·소프트웨어·네트워크·인적자원을 단순 통합하는 차원을 넘어 고객 정보화를 실현하는 종합산업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객의 경영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정보수단을 개발하고 이의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까지 담당하는 「토털 아웃소싱」의 개념이 국내에서도 점차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그동안 각종 정보화 요소들을 통합하고 실제 대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쌓은 기술 노하우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최소한 기업용 솔루션 분야에서 가장 많은 경험과 노하우를 보유한 곳은 다름아닌 SI업체들이다.
포스데이타 김광호 사장은 『포항제철이 철강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은 여기에 들어간 정보시스템도 이미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더욱이 SI는 최근 각광받는 e비즈니스 분야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e비즈니스는 단순히 인터넷 관련사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산업 구조를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하는 작업이다. 따라서 국내산업 내부의 업무 프로세스를 가장 잘 이해하고 실제 시스템까지 구축해본 SI업체들의 경험은 앞으로의 e비즈니스 사업 추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SI업계의 분석이다.
이제 남은 문제는 과연 SI업계가 급변하는 정보산업의 패러다임에 어떤 식으로 적응하느냐다. 공정한 경쟁 룰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환경에서 핵심 역량도 확보하지 않은 채 실속보다는 덩치로 승부하는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떠오르는 신규 시장에서의 파괴력도 그만큼 반감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보시스템 분야의 빠른 기술변화 만큼이나 SI업계도 끊임없는 변신을 시도해왔다. 정보시스템 구축 현장의 최일선에 서 있는만큼 이 분야의 시장변화에 민감한 것이 SI산업의 속성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회려한 변신에 실패한 것은 변화의 폭과 속도의 문제였다.
그리고 변신에 실패한 대가는 너무나 참혹하다. SI업계 내부에서조차 『SI는 사양산업이다. 빙산에 부딪혀 이미 가라앉기 시작한 타이타닉호를 다시 끌어올릴 수 없듯이 큰 덩치만을 자랑해온 SI업체들도 인터넷이라는 망망대해의 한 가운데서 서서히 침몰하고 있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러한 질타는 국내 SI업계가 그동안 보여준 잘못된 관행과 이로 인해 국가 정보인프라 구축의 진정한 주역으로 자리매김하지 못한 당연한 결과다.
더욱이 최근 세계 정보시스템 시장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그 기본적인 틀을 다시 짜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불옹성처럼 느껴지던 IT분야 거대 기업들조차 인터넷을 무기로 한 신생 벤처업체들 앞에 무릎을 꿇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SI산업의 미래는 단일 기업의 존폐를 논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SI는 정보·통신분야는 물론이고 국가 전체 산업인프라를 떠받치는 기간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SI가 무너지면 미래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정보인프라 구축도 불가능하다』는 책임감과 『국내 정보기술(IT)산업의 얼굴이자 맏형』이라는 자부심으로 SI산업은 다시 일어서야 한다.
국내 SI산업의 근본적인 틀을 바꾸는 혁신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하고 이번만큼은 화려한 변신에 성공해야 한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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