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회-해외로 가자

『앞으로 2∼3년 안에 SI시장 판도는 더이상 국내업체의 경쟁구도를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 유수 IT업체들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 개척에 나서는 회사만이 미래를 기약할 수 있다.』

이는 국내 SI업체 대부분이 공감하는 내용이다.

따라서 SI업계 관계자들은 『글로벌 무한경쟁 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과 다른 새로운 사업전략 수립이 필요하며 자체 솔루션 확보와 패키지 개발을 통한 적극적인 해외시장 개척이 그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쌍용정보통신 염정태 사장은 『국내 SI분야 기술과 인력 수준은 이미 세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따라서 SI산업이 수출주도형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한다.

SI연구조합측이 내놓은 자료에서도 국내 SI 수출은 지난해 5260만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오는 2005년까지 연평균 59.7%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9억달러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 실제 SI 수주에 나서고 있는 관계자들의 의견도 상당히 낙관적이다.

『베트남·중국·필리핀 등 국내업체들이 주요 타깃으로 보고 있는 국가들 대부분이 정보시스템에 대한 인식 수준과 인프라 측면에서는 매우 낙후된 것이 사실이지만 프로젝트 수준면에서만 본다면 전체적인 업무 프로세스가 국내 환경과 유사해 해외업체에 비해 유리한 점이 많다』며 SI 전문가들은 『컨설팅에서부터 전산시스템 기획과 설계, 소프트웨어 개발, 하드웨어 설치 등 IT 각 분야의 연관기술이 응집된 SI 분야의 해외 진출은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SI 수출이 활성화되기까지는 극복해야 할 여러 난제들이 있다. 국내 SI업체들이 자체적인 패키지 솔루션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것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업계에서는 자체 패키지 솔루션 없이 근본적으로 해외에서 가격, 기술면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삼성SDS 김홍기 사장도 『국내에서처럼 시스템 용역 개발사업을 수주하는 형태로는 해외시장에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힘들며 특화된 자체 솔루션을 가지고 이를 세계 시장에 판매한다는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해외 시장에서의 국내업체들간 공조체제 구축도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지난해 국내 H사가 수주한 베트남 프로젝트에서 해외업체들은 한국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하자 수주전 막판에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등 공동전선을 편 것과는 달리 국내업체들의 과당경쟁은 해외에서도 여전했다』는 게 당시 실무자들의 전언이다.

심지어 한 엔지니어는 『한국인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오히려 국내 업체보다 해외업체가 우군으로 느껴질 정도였다』며 당시에 벌어졌던 사건에 대해서는 말도 꺼내기 싫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더욱이 이러한 국내 업체들끼리의 흠집내기로 인해 입찰이 지연되고 심지어 무산될 위기까지 갔다는 점에서 앞으로 해외시장에서만큼은 국내업체의 과당 경쟁이 반드시 지양돼야 하며 기술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분위기를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는 게 해외 프로젝트 실무자들의 한결같은 주장이다.

따라서 SI 전문가들은 『국내 SI업체의 해외진출에 따른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1단계로 국내기업들이 동반진출해 공동 거점을 확보하고 2단계에서는 현지시장 조사, 현지업체와의 제휴를 추진할 수 있는 소규모 지사를 설립한 후 3단계에서는 현지인 고용과 합작법인 설립 등으로 사업을 발전시켜나가는 단계적 해외진출, 현지화 작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와 함께 SW수출은 기술력과 언어, 마케팅 능력 등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사업이므로 국제규격의 품질인증 획득은 물론이고 언어 능력을 겸비한 전문 전산인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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