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에서 이런 장면을 간혹 접한다. 형사는 용의자의 행방을 찾기 위해 한적한 술집에서 바텐더에게 다가가 그의 행방을 묻는다. 바텐더는 『글쎄요』라는 식의 모호한 답변을 한다. 형사는 준비된 듯한 1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들고 『잘 생각해보면 알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말한다.
바텐더는 날쌔게 돈을 채가면서 『아, 그렇지!』하며 이내 행방을 털어놓는다. 정보를 사고파는 가장 원시적인 패턴을 볼 수 있다. 대가를 지불하는 형사나 정보를 제공하고 돈을 요구하는 사람이나 너무나 정당한 거래를 한 것이다. 실제로 바텐더가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형사는 10달러 이상의 노력과 시간을 들여 수소문해야 하는 상황이다(우리의 영화 속 장면을 떠올리면 바텐더는 흠씬 두들겨 맞은 뒤 불고 마는 그런 식이었을 것이다).
우리의 문화 속에서는 이러한 장면은 상상하기도 힘들고 설사 그런 식의 거래를 요청한다면 곧바로 돈벌레 취급을 당하거나 인간이 어떻다는 식의 매도를 당하게 될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정보화 시대를 주도할 수 있는 것은 아마도 이러한 문화적인 배경에 기인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한다.
오늘 언급하고자 하는 주제는 정보가 가치를 인정받고 팔고 사는 정보상거래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의 상거래다. 물론 이미 PC통신이나 일부 인터넷 사이트에서는 정보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다. 흔히 얘기하는 IP는 정보제공자(Information Provider)이며 대다수의 일반인은 그 정보를 구매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의 구매형식은 아직까지 세분화되어 있지 않고 시간을 기준으로 접속사용료를 받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인식은 정보를 구매한다기보다 접속사용료, 즉 통신요금 정도로 받아들인다.
또 다른 정보상거래의 특성을 들어보자. 아마존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사이트는 가장 일반적인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이다. 이를 보는 관점은 유통의 혁신이라는 것이 지배적이다. 즉 실제 현실에서 제품을 만들어 팔고자 하는 공급자와 이를 필요로 하는 수요자를 이어주는 유통부문을 획기적으로 단축시켜 유통의 비용을 최소화하는 혁명적인 수단으로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정보화시대의 큰 흐름 속에서 바라볼 때 매우 원시적이고 초보적인 과도기라고 여겨진다.
이유는 사실상 이러한 업체가 엄청난 가입회원을 확보하고 미래가치를 인정받고는 있으나, 비용을 모두 뺀 수익성 측면에서는 대개의 경우 오히려 적자를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이유는 물류의 과정인 상품 전달과정에서 비례적으로 늘어나는 비용발생 부분 때문이다. 보다 양질의 서비스로 차별하기 위해 상당한 비용을 들여 3일이 걸리던 제품의 배달기간을 2일로, 다시 1일로 줄이는 데 소요되는 비용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 인터넷 전자상거래의 확산에 의한 이익은 보이지 않는 택배회사에로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정보의 상거래는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별도의 물류비용이 없으므로 수익성이 크게 다르다. 지오이네트는 정보상거래의 인프라 구축과 실현을 목표하는 회사다. 하지만 궁극적인 정보의 거래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보 자체의 가치평가가 선행돼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해서 지오이네트는 얼마전 LG화재와 데이터보험과 가치평가의 실현을 위한 업무제휴를 맺었다. 데이터는 크게 고유가치와 거래가치로 구분돼 고유가치는 데이터의 보험상품을 만드는 데 객관적인 자료로 활용되며 거래가치는 정보상거래에 적용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객관적이고 평준화된 틀만으로 특정 정보의 가치를 규정하는 데는 무리가 따른다. 따라서 이는 시장의 펑가를 받아야 한다. 이때 정보는 경매와 같은 방식으로 수요와 공급에 따른 재평가가 이루어진다. 정보의 가치평가는 마치 땅값의 공시지가일 것이고 경매를 통한 시장상황의 반영은 시장에서의 실거래가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정보상거래는 PC를 사용하여 인터넷에 접속한 모든 개인과 기업이 정보의 공급자이고 동시에 구매자가 되어 원활한 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것이 정보화의 고도성장기에 주를 이루게 될 새로운 인터넷상의 전자상거래 패턴일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정보가공사라는 새로운 전문분야가 만들어지고 각광받는 직업이 될 것이다. 그들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가공되지 않는 정보를 여기저기서 헐값에 사서 이를 특정 목적에 부합되는 고가의 정보상품으로 재가공하여 파는 것이다. 이러한 신종분야는 지금의 컨설팅의 진보된 형태이며 이는 그야말로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고도 부가가치의 창출을 가능케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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