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다고 가정해보자. 처음부터 돌과 흙, 모래, 물 등 가장 기본적인 재료만 가지고 집을 지어야 한다면 시간과 인력이 엄청나게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표준 규격의 벽돌과 시멘트를 사용해 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레고 블록을 갖고 노는 아이들을 보면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불과 서너살된 아이라도 레고 블록으로 다양한 건축물을 만드는 훌륭한 건축가가 되는 것이다
집을 지을 때 사용하는 벽돌이나 아이들이 갖고 노는 레고 블록 같은 것, 컴포넌트 소프트웨어(SW)는 쉽게 말해 바로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컴포넌트 SW는 따라서 완전한 기능을 가진 SW를 구성하는 「조립용 블록 SW」로 정의할 수 있다.
<>출현 배경=
SW는 입력된 명령어를 처리하기 위한 수많은 프로그램 코드의 집합체로 웬만한 제품은 수십만∼수백만 라인의 코드로 이루어져 있다. 기능이 다양하고 성능이 향상된 제품의 경우 코드 라인이 수천만에 달하기도 한다.
이 때문에 SW 개발에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 유명업체들이 새로운 제품 개발에 몇년씩 매달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무어의 법칙 등에서 보듯이 컴퓨터칩은 주기를 단축해가면서 성능이 배가된 제품들이 발표되고 있으나 SW는 칩 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로 설명될 수 있다.
컴포넌트 SW의 출현은 이 문제를 극복하려는 개발자들의 오랜 고민의 결과였다. SW 개발을 더욱 빠르고 손쉽게 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됐던 것이 컴포넌트 SW였던 것이다.
<>최근 추세=
그러나 컴포넌트 SW는 개발업체들의 폐쇄성과 신기술 개발, 시장 개척의 어려움 등으로 초기에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다 90년대 중반 이후 세계 각국이 개발 경쟁에 나서면서 발전기를 맞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 사이에 SW의 대형화, 통합화 및 인터넷 환경과의 결합 등 새로운 환경 조성으로 개발 패러다임이 변하면서 컴포넌트 SW에 대한 관심이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컴포넌트 SW가 출현하기 전까지는 상용 SW나 기업내에서 사용하고 있는 정보시스템들은 모두 전통적인 정보공학 방법론에 기초한 코딩 위주의 개발 제품이었다.
따라서 개발업체들은 프로젝트가 달라지면 설령 새로 개발하려는 제품이 이전 제품과 기능이나 내용이 비슷하더라도 처음부터 제품을 다시 설계하고 구현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그만큼 SW 개발에 소요되는 인력,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개발, 유지보수 작업도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컴포넌트 SW는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컴포넌트 형태의 작은 프로그램들을 사전에 개발, 필요할 때 원하는 SW로 조립할 수 있는 것으로 최근 빠르게 그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기대되는 효과=
이 기술을 이용하면 사전에 표준화된 프레임워크와 규칙에 기반한 기능화된 SW를 만들어놓고 필요한 부분만 가져다 붙이면 원하는 SW를 빠른 시간에 만들어낼 수 있는 효과가 있다.
또 컴포넌트 SW 기술을 적용하면 현재 일반화된 단일 대규모 SW를 개별기능 단위별로 분리해 개별 사용자들에게 요구되는 기능만을 공급할 수 있으며 사용자는 이를 자신이 원하는 용도에 맞게 재구성해 사용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기술은 SW 개발업체들에 큰 부담이 되는 개발기간과 유지보수 혹은 업데이트 등의 업무과정도 단순화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다준다.
한마디로 컴포넌트 SW는 고객 요구에 맞는 다양한 SW의 신속한 개발과 강력한 재사용성이라는 특성으로 SW 개발업체는 물론 사용자들의 만족도를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개발 현황과 과제=
세계 컴포넌트 SW 시장은 MS, IBM, SAP등 서구의 주요 IT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현재 컴포넌트 구현을 위한 기반기술 표준화, 컴포넌트 프레임워크, 개발도구, 애플리케이션의 컴포넌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빠른 진전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우정보시스템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컴포넌트 개발방법론을 개발하고 해당방법론을 채택한 개발 프로세스를 진행하고 있는 등 컴포넌트 개발이 활기를 띠고 있다. 그러나 아직은 실제 응용시스템 구축을 위한 기반은 취약하다는 평가다.
재사용에 이용되는 컴포넌트 수준이 높지 않은데다 기업환경에 바로 적용 가능한 비즈니스 컴포넌트의 개발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MS, SAP, IBM 등에서 표준화된 컴포넌트 모델을 바탕으로 공유 가능한 비즈니스 컴포넌트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이들도 실제 개별 기업환경에는 적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이 제공하는 컴포넌트가 한국 기업 업무특성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 등이 이유로 꼽힌다.
따라서 새로운 시스템 구축시 컴포넌트로 재사용될 수 있는 라이브러리 개발과 공유가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같은 형태의 업무 프로세스를 가진 기업들을 대상으로 공통 컴포넌트를 추출하고 공유하여 재사용의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 모색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향후 전망은 어떤가
이처럼 SW의 개발 효율성을 높일 수 있고 사용자 요구에 적합한 다양한 제품을 빠르게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컴포넌트 SW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도 컴포넌트 SW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난해 4월, 오는 2002년까지 3년 동안 총 412억원의 각종 자금을 투입해 3000여개의 응용 컴포넌트를 발굴하는 등 관련산업을 대대적으로 육성하겠다고 컴포넌트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후 정부기관, IT업계, 학계에서 다양한 움직임들이 전개되고 있어 컴포넌트 SW 개발은 컴퓨터 분야의 중요 이슈로 급부상하면서 앞으로 크게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SW를 자동차처럼 개별 컴포넌트들을 조립해 생산하는 시대로 접어들 전망이다. 세계 전체로는 99년 컴포넌트 SW 시장규모가 82억달러(10조원)에 달한 것으로 미국 정보기술 분석기관인 오붐은 추산했다. 이 가운데 컴포넌트 기반 시스템통합(SI) 시장이 53억달러로 65%를 차지했고, 응용컴포넌트와 개발도구 등이 각각 17억달러, 11억달러에 달한 것으로 추정됐다.
2002년에는 이보다 8배 이상 늘어난 640억달러(약 77조원)로 시장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02년까지 컴포넌트 SW산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89%로 일반 SW(15%)는 물론 다른 어떤 정보통신 분야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세계 SW 산업에서 컴포넌트 산업이 차지하는 비율도 99년 1.7%에서 2002년에는 8.9%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시장조사회사인 가트너그룹도 2001년에 신규 애플리케이션의 60% 이상이 조립형태로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같은 전망은 미국, 유럽 등 IT분야의 선진국가들이 이미 여러 해 전부터 정부 차원의 컴포넌트 산업육성 방침을 정하고 관련 IT기업들과 연계해 컴포넌트 SW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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