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11일 011의 017 인수를 조건부로 승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최종 정리한 것은 「고육지책」의 성격이 짙다.
정통부 석호익 지원국장이 밝혔듯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은 권장할 만하고 바람직한 것이지만 경쟁체제 정착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양사의 합병은 동종업계의 1, 3위간 결합일 뿐 아니라 시장점유율 50%를 넘어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초유의 사태라는 점에서 정통부 정책진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할 수 밖에 없었다.(김창곤 전 지원국장)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날 정통부의 발표가 있자마자 SK텔레콤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안』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고 PCS사업자들 역시 『사실상 SKT의 손을 들어 준 것』이라고 펄쩍 뛰고 있다.
그러나 정통부의 승인 조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표면적으로는 매우 강력한 제재 조치를 동반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의문시 된다.
우선 시장점유율을 50%까지 내려야 한다는 조건의 경우 그 시기가 올 연말까지 유예된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 연말이면 IMT2000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 된다. 모든 통신사업자들이 유무선 컨소시엄을 구성, 참여하는 IMT2000 사업자가 선정되면 기존 이동전화 시장의 점유율은 무의미하다. 유무선 멀티미디어 시장이 전개되는 판에 이동전화 시장을 따진다는 것은 우스운 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보조금 지급 축소 및 중단 등을 통해 앞으로 1년 동안 신규 가입자 유치를 가급적 억제하고 불량 가입자를 적절한 수준에서 직권 해지한다면 현재의 점유율도 내려간다.
이와는 반대로 PCS 사업자들이 기존 마케팅 정책을 고수한다면 신규 가입자의 대부분을 흡수할 수 있고 이렇게 된다면 011-017의 점유율 50% 이하는 달성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일부에서는 이 경우 011이 신규 영업을 중단해야 하고 017 인수 비용보다 오히려 피해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전격 인수 철회를 선언할 가능성도 점치지만 이 역시 실현성은 별로 없다.
IMT2000을 앞두고 어차피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경영으로 돌아서야 할 이동전화 사업자들이기 때문에 이미 규모의 경제에 도달한 011이 보조금 축소 등을 통해 절감되는 마케팅 비용도 상당하고 이를 기존 가입자들의 서비스 강화에 쏟아 붓는다면 오히려 플러스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해석이다.
문제는 공정위의 최종 판단이다. 공정위는 정통부의 의견을 참작할 뿐 이를 전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아니다. 공정위의 판정이 나올때 까지는 갑론을박이 불가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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