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SI업체, 의료연합회 진료비심사청구시스템사업 눈치 경쟁 치열

올들어 가장 큰 전산프로젝트로 IT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는 의료보험연합회의 「진료비 심사청구시스템 구축사업」을 놓고 시스템통합(SI)업체들과 대형 컴퓨터 공급업체들이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SI업체들에 있어 이번 사업은 「먹을 것은 없지만 버리자니 아까운」 계륵과 같은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발주된 진료비 심사청구시스템 구축사업은 오는 7월부터 본격 실시될 의약분업에 대비해 의료보험 진료비의 청구·심사·지급업무에 관한 각종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고 서버 등 하드웨어 장치를 추가 설치하는 작업이다.

이번 진료비 심사청구시스템 사업자 선정은 11일까지 사업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를 대상으로 기술(80%) 및 가격(20%)을 종합 평가해 3개 업체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지정한 후 가격협상을 거쳐 최종사업자를 선정하는 「협상에 의한 계약체결」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의료보험연합회가 이번 사업에 책정한 예산은 총 215억원으로 올 초 발주된 전산프로젝트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SI업체들은 이 프로젝트의 수주 여부에 의해 올 상반기 SI시장 판도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삼성SDS·LGEDS·현대정보기술·대우정보시스템·교보정보통신 등 5개사는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지만 SI업체들은 의료보험연합회가 현재 요구하는 하드웨어 사양만 갖추려 해도 이 금액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여기에 응용소프트웨어 가격까지 포함시킬 경우 SI업체로서는 명분은 챙길 수 있으나 손익면에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SI업체들은 이번 사업의 수주 여부가 하드웨어의 공급가격에 달려 있다고 보고 IBM·HP·썬·컴팩 등 주요 서버 공급업체들과 활발한 물밑 교섭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제안서 마감을 불과 하루 앞둔 현재까지도 어떤 SI업체와 어느 하드웨어 업체가 손잡을 것인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하드웨어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물량은 크지만 SI업체의 요구에 응할 경우 엄청난 손해가 뒤따르기 때문에 SI업체들의 요구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답답하기만 하다. 다만 삼성SDS와 LGEDS가 각각 한국IBM·HP와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다는 소문만 나돌고 있다.

하드웨어 공급업체 관계자들은 『이번 프로젝트에 응용소프트웨어 예산이 25억원으로 책정됐지만 실제 소요비용은 100억원을 훨씬 웃돌 것』이라며 『SI업체들이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공급업체로부터 가격을 최소한 70억원 이상 낮추어 공급받아야 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하드웨어업체들은 SI업체들이 요구하는 제품 공급가격이 너무 낮고 업체간 눈치경쟁도 심해 이번 사업참여를 아예 포기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I업체 관계자들도 『하드웨어의 평균 공급가격은 이미 공개돼 있는 상황에서 업체별로 차별화된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는 없을 것이지만 현재 이 프로젝트를 수주할 수 있는 관건이 하드웨어 공급업체에 달려있다』며 서버 공급업체들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등 치열한 눈치경쟁을 벌이고 있다.

따라서 IT업계에서는 『이번 의료보험연합회의 프로젝트가 지난해부터 대형 컴퓨터시장에 점화된 가격파괴경쟁을 부추기는 것 아니냐』며 강한 우려감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하드웨어 공급가격이 권장가에 비해 최하 70% 정도 인하된 가격에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발주업체에 의해 더이상 가격인하 요구를 받을 경우 하드웨어 공급업체로서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입은 손해를 다른 프로젝트에서 만회할 수밖에 없는 악순환이 올해도 계속 이어지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사업주체인 의료보험연합회측도 『이번 사업에 책정된 예산이 요구하는 시스템 사양에 비해 너무 적다는 업체측의 불만을 직간접적으로 듣고 있다』며 이번 사업에 대한 업계의 고민에 어느 정도 공감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연합회측은 『사업설명회에서 밝혔듯이 모든 시스템 요구사양을 반드시 만족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며 한정된 예산내에서 최고의 사양을 제시하는 곳을 최종사업자로 선정할 계획』이라는 기본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다.

결국 이번 프로젝트는 선정기준이 기술성 우선이라는 의료보험연합회측의 당초 주장과 달리 가격에 의해 결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이번 프로젝트는 채산성 악화로 전전긍긍하고 있는 SI업체나 컴퓨터업체에 커다란 시련이 될 것이 분명하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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