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디지털 디바이드

 디지털디바이드(Digital Divide). 컴퓨터(인터넷)를 가진 사람과 못가진 사람 사이에 갈라진(Divide) 정보격차를 뜻하는 말이다. 디지털 시대가 열리면서 낳은 새로운 풍속도인 셈이다.

 오는 11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대선 열기로 후끈 달아 올라 있는 미국에서는 요즘 이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미국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소득 최상위층과 최하위층이 각각 인터넷에 접속하는 비율이 지난해 29%나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컴퓨터 보유 비율도 연 소득 4만달러 미만의 소득층 중 흑인은 백인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다고 한다.

 벤처 요람 실리콘밸리나 뉴욕 월가에서 쏟아지고 있는 「하룻밤 백만장자」들은 모두 컴퓨터(정보)를 가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러나 최하위 계층의 소득이 10년 전보다 오히려 줄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오는 현실에서 그들에게 컴퓨터나 인터넷은 언감생심이다.

 선거철이라서 그럴까. 미국은 브래들리, 고어 등 대선 후보들은 물론 클린턴 대통령까지 나서서 「접속하는 자」와 「접속하지 못하는 자」의 격차를 줄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클린턴은 오는 28일(한국시각) 국회에서 2000년 국정연설(State Of Union)을 통해 이를 공식적으로 표명할 예정이다.

 디지털 격차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엔도 이를 공식적으로 거명하고 나섰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사무총장 마쓰우라 고이지로는 최근 『정보기술 발전이 부국과 빈국 간의 격차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며 『국제사회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킬 것』이라며 우려하고 있다.

 국내는 어떨까. 최근 모언론에 투고된 독자의 글에 일단이 나타난다. 『시골환경에 만족하며 살고 있지만 느려터진 내 인터넷을 보면 초고속 인터넷 운운하는 도시 광고에 울화가 치밉니다.』

 자유와 평등의 신장을 위해 달려온 인류. 자유 신장은 어느 정도 이루어졌지만 평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20세기에 가지지(물질) 못해 아팠던 사람들이 21세기 정보사회에서도 여전히 가지지(정보)못해 아파해서는 안된다.

국제부·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