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오프라인 통합시대>4회-국내 기업의 현실

국내 기업의 현실

 디지털경제시대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통합이 기업생존과 경쟁력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다만 해당 국가나 지역 및 기업의 성숙도나 사회경제적인 환경에 따라 방법과 시기 및 속도가 달라질 뿐이다.

 아메리카온라인(AOL)과 타임워너의 합병이 보여주듯 인터넷인구가 이미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미국의 경우에는 통합의 필요성이 매우 절실하고 속도도 빠르게 전개될 것임을 시사해주고 있다.

 물론 영화·오락·출판 등 엔터테인먼트와 관련된 막강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오프라인 중심으로 판매해온 타임워너가 이번 합병으로 얼마나 온라인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인가는 아직 숙제로 남아 있다.

 일부에서 이번 합병을 실패한 작품이라고 폄하하는 이유도 그만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효율적으로 통합하는 것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지털경쟁시대에는 아무리 어렵다 하더라도 온·오프라인 통합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21세기 디지털시대를 부르짖고 있는 국내상황은 과연 어떠한가. 한마디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나도 많고 험준하다.

 우선 아날로그 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기존 업계의 인터넷 적응도가 미국의 10분의 1 정도에 지나지 않는 실정이다.

 기업들의 인터넷 적응도를 가늠하는 잣대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으나 단적으로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규모로 판단해 볼 때 국내는 미국의 10%에도 못미치고 있다.

 또다른 인터넷 적응도의 지표가 될 수 있는 최고경영자들의 인터넷 마인드 면에서 볼 때 국내 최고경영자들의 인터넷 마인드는 미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수평적 조직구조를 요구하는 디지털경제의 속성과 달리 국내 기업들은 아직도 수직적·종속적 조직구조를 고집하고 있는 것도 인터넷 적응속도를 떨어뜨리는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국내 기업들의 인터넷 적응속도는 디지털경제가 요구하는 정도보다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또다른 측면에서 오프라인 업체들에 위기의식을 심어줄 수 있는 소위 인터넷 전문기업들의 규모나 성장속도가 아직 작고 느린 것도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AOL을 비롯해 야후·아마존 등 많은 업체들이 각 분야에서 오프라인 업체들을 위협할 정도로 큰 규모로 성장해 있고 발전속도도 매우 빠르다. 때문에 오프라인 업체들이 좋든 싫든 온라인에 적극 대응하지 않을 수 없도록 유도해내고 있다.

 반면 국내에서는 야후코리아·다음 등 대표적인 온라인 기업들도 아직 오프라인 업계에서 볼 때는 조그마한 어린 아이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규모이며 더욱이 오프라인망을 위협하는 존재로 간주되지도 않고 있다.

 시장성숙도 측면에서뿐 아니라 경제사회적인 환경에서도 건너야 할 물길이 깊고 거세다.

 그 첫번째가 오너십 경영체제다. 온라인 업체든 오프라인 업체든 국내 기업들은 오너십을 유지하고 고집하는 경향이 매우 강하다. 때문에 경영권에 변화가 생기는 합병은 좀처럼 이루어지기 힘든 상황이다. 굳이 합병이 아닌 인수나 매각도 쉽사리 이루어질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인수나 매각의 필요충분조건이랄 수 있는 기업가치 평가기준조차 모호한 게 국내 실정이다.

 또한 기업가치를 평가하기 위한 기초자료도 경영의 투명성이 확보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서로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 통용되고 있는 시장가치를 기준으로 한 M&A도 국내에서는 기대하기 힘들다. 오프라인 기업들은 자신들의 시장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받고 있는 반면 온라인 업체들은 지나치게 고평가받고 있다는, 소위 버블인식론이 팽배해 있다.

 인터넷 비즈니스는 속도의 경제학이다. 디지털 경제체제에서는 속도가 경쟁력의 가장 큰 요소인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는 데 이처럼 많은 걸림돌이 산재에 있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인터넷 세계에서는 한번 뒤처지면 이를 회복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게 명제화돼 있기 때문에 AOL과 타임워너가 인터넷 비즈니스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시도한 합병을 통한 온·오프라인 통합을 결코 강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곤란하다는 게 인터넷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AOL과 타임워너가 합병을 통해 소기의 목적을 성취한다면, 그리고 국내기업들이 이에 대해 적절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그 영향은 온라인업계에도 오프라인업계에도 매우 치명적인 타격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분석이기 때문이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