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전자상거래의 성공 요건

조유식 알라딘 대표

 몇 달 전 국내 굴지의 택배회사를 통해 수도권 A시 고객들에게 보낸 책들이 1주일째 A시 택배회사 취급소에 머물러 있는 사고가 발생했다.

 원인을 파악해 본 결과, A시 취급소 배달직원의 부인이 해산을 해서 산후조리를 돕느라 배달이 전면 중단됐으며 해당 직원과는 연락조차 끊긴 상태라는 것이다. 고객들은 첨단의 화물추적조회 기능을 통해 주문도서가 어디어디를 거쳐 엎어지면 코 닿을 데 있는 동네 택배취급소에 도달해 있다는 사실까지는 확인할 수 있었지만, 이런 황당한 이유로 배달이 지연되었다는 사실은 상상조차 못했을 것이다.

 오늘날 가장 선진적인 상거래 방식으로 각광받고 있는 전자상거래는 「백조」 시스템으로 움직인다. 호수 위를 유유히 미끄러져가는 백조의 자태는 얼마나 우아한가. 그러나 백조의 몸통을 떠받치기 위해 물 밑에서 전력을 다해 개헤엄 치는 물갈퀴들의 존재를 잊어서는 안된다. 전자상거래는 첨단의 통신기술을 이용한 선진적 상거래방식이지만 가장 고전적인 물류시스템에 의존하고 있다. 기본이 되지 않을 때 첨단도 설 자리가 없다.

 정보화 종주국인 미국과 싱가포르같은 도시국가를 제외하면 우리나라의 인터넷 확산 속도는 유럽의 선진국들과 맞먹을 정도로 빠르다. 인터넷을 정복해 나가는 한국인의 무서운 기세를 보면 21세기 우리의 미래는 참으로 밝다. 그러나 수면 하의 속사정을 들춰보면 우리의 갈길은 아직 멀다는 사실을 곳곳에서 감지할 수 있다.

 우리나라 유수의 서적도매상이나 서점들은 첨단의 전산재고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바코드만 제대로 찍고 책만 제대로 뽑아주면 딱딱 맞아야 할 재고가 안맞는 것을 보면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사람들의 운영능력 부족이 첨단의 시스템을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 전산재고와 실재재고의 불일치로 인한 도서물류 상의 낭비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출판사들은 신간서적을 발간할 때마다 10% 이상의 반품으로 속을 썩이고 있다. 수십만부의 베스트셀러를 내도 수만부의 반품을 받고 나면 실속없는 장사를 한 것이 된다. 이 모든 것이 전산 시스템의 문제이기보다는 사람의 문제다. 첨단을 받쳐 줄 기본의 미비 때문이다.

 출판사나 도매상, 서점 직원들만의 책임도 아니다.

 이제까지 우리는 산업화 단계에서 나름대로 뚜렷한 성과를 보인 국가에 속한다.

 그러나 만족할 수 있는 수준과는 거리가 있음을 우리 모두 절감하고 있다. 수준 미달의 여러가지 문제들을 해결하지도 못한 채 우리는 또다시 정보화의 급류를, 그것도 앞장서서 타고 있다. 「산업화는 늦었지만 정보화는 앞서가자」는 구호가 있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이 구호가 산업화를 뛰어넘어 정보화로 직행하는 비상구의 존재를 상정한 것일 수는 없다. 오히려 정보화의 잣대를 들이대면 댈수록 그동안 은폐되고 잠재해 있던 기본의 문제들이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이다. 우리가 얼마나 신속히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정보화 진척속도도 판가름날 것이다.

 요즘 「인터넷의 인자는 사람 인자」라는 광고 카피가 있다.

 인터넷을 끌고나가는 힘은 사람에게 있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들이 정보화시대에도 각광받을 것이다. 기본에 충실한 사람들의 노고의 땀방울이 맺힐 때 멋진 인터넷 세상이 창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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