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뱅크의 손정의 사장이 앞으로 2년 동안 100여개 국내 인터넷기업을 발굴해 1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우리에겐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국내 인터넷 관련기업들도 손 사장과 손을 맞잡기 위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뉴스위크가 뽑은 올해의 아시아인이자 인터넷황제인 손 사장의 이번 방한은 분명 우리에게 고귀한 선물이요, 새 천년 희망의 빛이라 생각된다.
언론은 손 사장이 곧바로 우리 기업을 어떻게 해주고, 장밋빛 사회로 변화를 줄 듯한 입에 꿀발린 보도로 꿈에 부풀게 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 인터넷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가들까지 들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잠시 자성해 볼 시간적 여유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 사장이 당장 우리 기업들에 입에 맞는 달콤한 사탕을 집어넣어 줄 만큼 허술한 분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그의 손이 거치는 기업마다 몇배로 커가고 있고 또 세계일류라는 닉네임이 따라붙는다. 게다가 손 사장의 브랜드가 갖는 상징성이라든지 시너지효과는 가히 혁명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각 기업체에서 서로 앞다퉈 그를 모시기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하지만 그의 외형적인 면보다 내면을 좀더 들여다보고 그에 대응해 주었으면 좋겠다.
혼다·미쓰비시·소니를 제치고 일본 굴지 대기업으로 올라선 소프트뱅크의 사장이 되기까지 그의 노력과 피나는 땀과 눈물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지금 우리는 그의 이런 모든 것을 힘들이지 않고 송두리째 건네 받으려고만 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용기·비전 등 내면적 능력은 아예 보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재일 한국인 3세로서의 홀대받았던 일본생활, 역경을 헤쳐온 그의 삶부터 우리는 배워야 한다. 기초가 돼있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만 기대하는 기업, 그런 기업에 돈을 쏟아부은들 무엇하겠는가. 요건부터 갖춰놓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선 모래성에 불과할 것이다. 물받을 항아리만 내밀지 말고 그 항아리가 완전한 것인지, 잘 다져진 것인지, 굴러 넘어져도 깨지진 않을 항아리인지 점검부터 해봐야 할 것이다.
괜히 「잉어가 뛰니까 망둥이도 뛴다」식의 공허한 허영에 사로잡힌 망상가가 되지는 말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하다.
박동현 서울 관악구 봉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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