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생활전자.유통 부문 총결산> 정부 유통 정책

 올해 전자·정보통신 유통업계는 어느 해보다 사건이 많았다. 가전의 경우 오픈가격제의 도입과 특소세 폐지가 핫 이슈로 떠올랐으며 유통 구조적인 측면에서는 할인점과 양판점이 세력을 급속히 확대, 기존 대리점 위주의 유통 구조를 위협했다. 또 홈쇼핑 분야도 시청자가 젊은 층으로 확대되고 가전제품같은 고가상품의 수요가 늘면서 또 다른 유통채널로 급부상,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이동전화시장은 4월 「보조금 축소」 방침에 따라 일시적으로 냉각기를 거치는 등 혼란을 거듭하다가 자금력을 앞세운 SK텔레콤이 하반기들어 발군의 실력을 발휘, 한국통신프리텔과의 2강 구도를 구축했다. SK텔레콤은 특히 최근 신세기통신을 사실상 인수함으로써 앞으로 더욱 시장 지배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PC유통 부문은 상반기까지 IMF 영향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이다 하반기들어 호전되는 듯했으나 인터넷PC라는 복병을 만나면서 전체적인 수요감소로 이어져 조립PC업계가 위기에 빠졌다. 인터넷PC는 그동안 고가 고마진 구조의 PC 유통 구조를 저가 저마진 구조로 끌어내리는 데 기여했다.

특소세 폐지

 가전 유통업계에 있어 올해 최대의 사건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특소세 폐지와 소비자가표시금지제도(오픈프라이스) 도입 등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오픈프라이스가 소비자 보호 입장에서 제정돼 업계의 불만을 샀다면 특소세 폐지는 소비자와 업계 모두를 위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크게 환영받을만한 조치였다.

 그러나 특별소비세 폐지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했음에도 불구하고 올 하반기 가전유통시장에 엄청난 악재로 작용했다.

 「특소세 파동」이라고까지 표현된 특소세 폐지는 우선 실제 시행일보다 무려 4개월이나 앞서 발표되는 행정적 미숙에서 촉발됐다. 지난 8월 특소세 폐지가 발표된 후 「4개월 후면 100만원짜리 가전제품을 88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는 사실에 실제수요가 대기수요로 전환됐고 가전유통업계는 꽁꽁 얼어붙었다.

 관련업계가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자 뒤늦게 시행일을 다소 앞당기기로 결정하는 등 관계기관이 수습에 나섰으나 그나마 정치권의 공전으로 결국 12월 초에나 어렵게 시행돼 당초 일정을 채 한달도 앞당기지 못했다.

 특소세 폐지는 우여곡절을 거쳐 12월 초 실시됐으나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 특소세가 폐지된 12월 3일부터 약 1주일동안 가전 유통업계는 이번에는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하는 「때아닌 품귀」에 안타까워해야 했다. 재고조사 등의 이유로 제품 공급이 지연된 것이다.

 정부와 제조업체가 환급절차상의 문제를 매끄럽게 해결하지 못해 발생한 이 사태는 유통업계의 불만을 한층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특소세 폐지는 이미 수년 전부터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온 것이기 때문에 정부 당국은 사실 이 문제를 검토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럼에도 두번이나 관련업계에 찬물을 끼얹은 것은 두고두고 아쉬움이 남을 대목이다.

 특소세 폐지로 파생된 문제들은 12월 중순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또 이번 특소세 폐지 과정에서 나타난 일련의 문제들은 앞으로 정부의 정책 수행에 좋은 약이 될 것도 분명하다.

 99년 하반기 국내 가전유통시장에 악재로 작용했던 특소세 폐지는 연말을 넘기면서 당초 목적대로 2000년 새해 가전시장의 호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오픈프라이스제

 지난 9월 1일부터 일부 가전제품에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금지되고 실제 판매가격을 표시하는 오픈프라이스제가 시행됐다.

 오픈프라이스제란 판매가격을 최종 유통점에서 결정하는 제도로 유통점은 구매가격에 관리비와 이윤 등을 포함한 뒤 주변 경쟁점포에 대한 경쟁력을 감안해 최종 판매가격을 결정한다. 이에 따라 권장소비자가격을 기준으로 할인판매하던 기존 가격체계와는 달리 유통점 사이에 가격경쟁이 심해지고 정보를 확보한 소비자는 가전제품을 종전보다 싸게 살 수 있게 됐다.

 정부는 당초 소비자가격과 실제 판매가격 사이의 차이가 큰 컬러TV·VCR·세탁기·오디오·전화기 등을 중심으로 이 제도를 적용했으나 아직까지 「경쟁촉발로 인한 가격경쟁」 등 소비자 측면의 실효는 크게 거두지 못하고 있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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