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99 인기상품> 가격.성능.품질.디자인.마케팅 "5박자" 떴다

 제조업체들은 기업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해 해마다 새로운 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품이 빛을 보지 못하고 개발 자체로 끝나버리거나 경쟁상품에 밀려 세월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만다.

 수많은 신제품을 비롯해 이미 시장에서 기득권을 갖고 있는 상품을 물리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는 것은 제품개발 못지않게 어려운 일이다. 과연 한 제품의 생명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특정제품이 인기상품으로 되기까지는 품질은 물론 가격과 성능·디자인·마케팅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골고루 자격을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제품 가운데는 가격이 저렴해 인기를 끈 제품도 있고 성능이나 품질 등 한가지 요소가 돋보여 대량판매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꾸준한 인기를 얻으려면 역시 이들 5가지 요소 중 한가지라도 낙제점을 받아서는 곤란하다.

 본지가 올해 인기상품으로 선정한 제품들은 바로 이런 점을 염두에 둔 것들이다.

 가전제품의 경우 IMF 영향으로 가격이 중요한 구매요소로 떠올랐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는 성능과 효용성 등에 중점을 둔 제품들이 인기를 끌었다.

 수요 특성이 전반적으로 작년과 엇비슷했으나 TV·MP3플레이어 등 일부 품목은 기술발전 추세에 따라 신제품이 시장의 주력상품군에 올라 인기상품으로 선정됐다.

 실제로 일반 TV부문에서는 LG전자의 완전평면 TV 「플라톤」이 인기상품으로 주목을 받았고 프로젝션 TV부문에서는 삼성전자의 「파브(PAVV)」가 외국산 제품과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면서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삼성전자 파브의 시장 진입 성공은 그동안 외산제품이 장악해왔던 대형 TV시장에 비로소 국산제품이 자리잡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이와 함께 외국산 일색이던 양문여닫이 냉장고 시장에 삼성전자의 「지펠」과 LG전자의 「디오스」가 뛰어들면서 국산 바람이 일기 시작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냉장고 가운데 김치냉장고는 지난해말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올해까지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품목으로 선두업체인 만도공조의 「딤채」가 시장점유율로 보나 소비자 만족도로 보나 수위를 차지했다.

 만도 딤채의 성공은 LG전자 및 삼성전자가 각각 「김장독」과 「다」이라는 브랜드로 이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됐다.

 이밖에 올해 신규시장으로 떠오른 MP3플레이어는 아직 규모가 커지지는 않았지만 새한정보시스템의 「MP맨」과 삼성전자의 「옙」, LG전자의 「MP프리」 등이 시장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이 부문 역시 품질 및 성능 차이는 크지 않았으나 선발업체인 새한정보시스템의 「MP맨」이 소비자들이나 전자상가 상인들 사이에서 인지도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가전부문 인기상품은 대기업의 것을 최대한 배제했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이 갖고 있는 품질·마케팅·가격 등의 경쟁력으로 인해 상당수의 제품이 물망에 올라 LG전자 4개, 삼성전자 3개 제품이 각각 인기상품으로 선정됐다. 대우전자도 그룹사들의 구조조정 영향으로 다소 부진한 실적을 보였으나 VCR 및 냉장고·에어컨 등은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컴퓨터 부문 가운데 데스크톱 PC는 삼보컴퓨터의 「드림시스」시리즈와 삼성전자의 「매직스테이션」시리즈가 경합을 벌여 삼보컴퓨터의 드림시스가 인기상품 대열에 들었다. 제품의 품질 차이는 거의 없었으나 올들어 삼보가 실시한 「체인지업」 행사에 따라 소비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향상된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트북PC 부문에서는 삼성전자의 「센스」시리즈가 지난해에 이어 여전히 수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이라는 제조사 이미지에다 학생층과 신입 직장인층을 겨냥한 마케팅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10월 20일부터 판매된 인터넷PC는 확장성이 좋고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기록한 현대멀티캡 인터넷PC가 인기상품으로 선정됐다.

 컴퓨터 주변기기 부문은 각 품목마다 난형난제여서 인기상품을 선정하기 어려웠으나 시장에서의 판매실적과 품질안정성을 위주로 인기상품을 선정했다. 이에 따라 주기판은 단일 품목으로는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기록한 유니텍전자의 MS6163 모델이 선정됐으며 그래픽카드는 슈퍼마이크로시스템의 플래티넘 TNT2M64 모델이 뽑혔다.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부두3시리즈의 인지도가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레이 제품의 유입이 워낙 많고 총판사도 최근 자네트시스템에서 서울시스템으로 변경돼 슈퍼마이크로시스템의 TNT2 계열 제품을 선정했다.

 정보통신 부문의 경우 단말기는 삼성전자의 폴더형 단말기가 휴대폰 가운데서는 가장 인기를 끌었으며, PCS는 모토롤러의 MP9000 모델이 젊은층의 인기를 독차지했다.

 이동전화서비스사업자로는 최다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SK텔레콤 011을 휴대폰서비스 부문 인기상품으로, 또 「n016」이라는 브랜드로 네트워크서비스 이미지를 굳힌 한국통신프리텔 016을 인기상품으로 선정했다.

 게임시장에서는 타이베리안선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한빛소프트가 공급하고 있는 스타크래프트가 여전히 인기 1위를 차지했으며 컴퓨터 바이러스의 기승과 함께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의 바이러스 백신도 소비자들로부터 인기를 끌었다.

 이밖에 인기상품 대열에는 근소한 차이로 들지 못했지만 고객서비스가 우수하거나 품질·마케팅·디자인 등이 차별되는 제품은 별도로 정리했다.

 한편 LG정보통신의 인터넷폰과 한국통신의 검색서비스 등은 인터넷 확산 바람을 타고 내년에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며 홈시큐리티 시장을 겨냥한 서울통신기술의 홈스크린폰과 노래반주기에 댄싱연습기를 겸한 태진미디어의 DDR노래반주기도 주목할 만한 상품이다.

김병억차장·팀장 bekim@etnews.co.kr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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