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 대북 협력사업 "급류"

 최근 국내 IT업계의 북한교류 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

 8일 통일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 96년 이후 물꼬가 트인 국내 IT업계의 북한교류사업은 최근 정부가 남북경제교류 관련 규제를 크게 완화하고 있는데다 북한의 경제개방 추세, 국내 IT업계의 적극적인 사업의지에 힘입어 교류품목이 전기·전자는 물론 통신·컴퓨터로 확대되고 있으며 금액규모도 큰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관련업계에서는 이에 따라 내년 국내 IT업계의 총 남북교류 금액규모는 올해 450만달러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1200만달러로 크게 확대되고 IT 교류업체 수도 올해 7개에서 내년에는 15개 업체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업체별로는 현대아산·IMRI·광테크노전자·혜성전자 등이 내년 상반기를 기점으로 모니터, 컴퓨터, 컴퓨터용 부품 임가공 형태의 공장이나 완제품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삼화텍콤, 제일물산 등 기존에 북한에 진출해 있던 부품업체들도 생산량을 크게 늘리거나 다품목생산을 추진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들 IT업체는 그동안 기술지도와 위탁형태의 임가공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존 남북 교류협력 사업을 넘어 완제품 생산을 추진하는 동시에 현재 내수시장 공략을 추진하는 등 협력사업을 크게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국어정보학회를 중심으로 새로운 컴퓨터 문서작성기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등 IT와 관련한 학계중심 협력도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의 대북경협 전담업체인 현대아산(대표 김윤규)은 평양시내 또는 인근에 현대전자에서 반출하는 PC 조립라인 신설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아산은 이와 관련, 현재 북한측과 구체적인 실무협상을 진행중이며 협상이 마무리되는 대로 자사에서 분사한 현대멀티캡의 기술지원, 관련 부품공급을 바탕으로 이르면 내년 연산 1만∼2만대 규모의 조립라인을 본격 가동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평양에 모니터용 PCB공장을 설립한 IMRI(대표 유완옥)는 최근 북한 민족경제협력연합회와 관련계약을 체결, 평양에 내년 1월말까지 모니터 완제품 공장을 설립하고 3월부터 본격 양산체제에 돌입하기로 했다.

 IMRI는 평양공장은 우선 15인치 모니터를 중심으로 연간 3만대, 10년 동안 30만대를 생산해 일부 물량은 공산권 국가 우회수출용으로, 나머지는 북한 내수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부품업체인 성남전자공업(대표 변동호)은 최근 200만달러를 투자해 대동강 유역에 오디오카세트 테이프 임가공 라인을 구축하고 제품시험 생산에 나섰으며 앞으로 이 제품을 북한측 파트너인 삼천리총회사를 통해 내수시장에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모니터용 부품업체인 세광테크노전자(대표 오운규)와 혜성전자(대표 김용업)는 각각 TV, 모니터에 내장되는 다가우징코일과 시그널케이블 임가공 공장 설립을 추진, 이르면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오디오 부품업체인 극동음향(대표 김학남)과 가전기기 부품업체인 삼화텍콤(대표 조일성) 등 기존에 북한에 임가공형태로 진출해 있는 업체들도 앰프, 냉장고용 라인필터 등 새로운 품목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삼성전자(대표 윤종용)도 북한 조선컴퓨터센터 및 개성무역총회사와 남북 단일워드프로세서 공동개발에 착수했으며 내년에 연간 30만∼40만대 규모의 컬러TV, 라디오카세트, 유선전화기 등을 생산하기로 합의해 내년부터 교류사업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업계와 별도로 IT 관련 학술계에서도 북한과의 교류협력의 물꼬를 트고 있다.

 국어정보학회(회장 진용옥)는 최근 북한 조선컴퓨터센터와 남북한 한글(조선글) 정보화의 일환으로 내년부터 정음기호 28자 기반의 새로운 컴퓨터문서작성기(가칭 온누리 보편화글편기) 공동개발에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내년부터 공동개발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남북한 국어·컴퓨터 관련 학자들은 중국연변에서 개최된 「제4차 우리말 컴퓨터처리 학술대회」에서 남북한 통일 컴퓨터용어사전인 「국제 표준정보기술사전」을 공동 발간하기도 했다. IMRI의 유완영 회장은 이와 관련, 『최근 국내 IT업계가 북한과의 교류사업이 활발하게 된 것은 정부가 지난해 남북 경제교류 규제를 크게 완화한 데 이어 지난 6월 북한 위탁가공을 위한 설비반출 승인제도 폐지, 10월에 남북협력기금 대출금리를 6%로 인하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정책의 역할을 컸다』며 『여기에 북한의 경제개방 의지와 국내 IT업계의 적극적인 사업의지가 결합되면서 남북 교류협력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영복기자 ybshin@etnews.co.kr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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