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과학> 분포로보틱스

 로봇이 테러범을 소탕하고 다른 로봇들과 집단으로 패싸움을 벌이는 세상이 왔다.

 지난 여름 개봉된 영화 「리틀 솔저」의 한 장면이 아니다. 계단을 뛰어올라가거나 건물을 이잡듯 뒤져 사람을 구하고 폭발물을 제거할 수 있는 로봇들이 미네소타대학 연구원들에 의해 개발됐다.

 이번에 개발한 로봇들은 지름 4㎝에 화장지 1롤 정도의 깡통모양으로 굴러다니거나 뛰어다닐 수 있으며 리모컨방식으로 명령을 받아 다른 로봇 대원들과 함께 서로 연결돼 활동한다.

 각각의 로봇은 조그마한 센서를 가지고 있는데 이 로봇 대원 중 하나는 작전지역 주위의 영상을 포착하기 위해 몸에 캠코더를 내장하고 필요에 따라 이를 꺼내 상하좌우로 움직이거나 기울여 동료 로봇들에게 상황정보를 제공한다.

 나머지 로봇대원들은 작은 진동 센서와 마이크로폰을 가지고 있고 작전본부는 수많은 로봇 대원들을 상황에 따라 즉시 배치, 이동기지를 통해 이들을 원격 제어해나간다.

 50㎏짜리 이동기지는 원격조종방식으로 라디오 중계기처럼 작동하도록 돼 있으며 로봇대원들과 최소한 400m 이상 떨어져 영상을 받아 작전을 지휘한다.

 이것은 물론 지휘본부의 안전을 위해서다.

 이른바 분포로보틱스는 수많은 로봇들이 함께 일한다는 개념으로 대규모 소형로봇을 운용하는 데 적용되고 있다.

 분포로보틱스의 개념은 여러 로봇이 서로 다른 각도에서 사물의 영상 화면을 탐지함으로써 건물 안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개발된 로봇 안에는 또 스스로 튀어오르도록 전용 소프트웨어가 내장돼 있어 평소에는 어수룩하게 껑충껑충 뛰어다니는데 무선통신방식으로 제어되기도 한다.

 스프링이 장착된 기계장치가 다리를 안으로 감아올린 다음 갑자기 풀어놓으면 다리가 바닥을 치는 반작용으로 껑충껑충 뛰게 되는 것이다.

 로봇은 또 계단을 오르거나 조그마한 장애물쯤은 스스로 넘을 수 있는데 원통 양 끝에 달려 있는 두개의 독립적인 바퀴는 로봇이 구르는 것을 도와준다.

 연구팀은 로봇의 운동 시스템과 상하좌우로 움직이거나 기울일 수 있는 캠코더의 능력을 시험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이 로봇들이 경찰의 구조작업을 지원하거나 경쟁회사의 정보수집에도 이용할 수 있으며 인질범을 잡는 데 큰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최근 경찰관들이 접근하기에는 너무 위험한 건물 안으로 총을 쏴 로봇대원들을 건물 내부에 잠입시킨 후 탐사하고 무선통신으로 정보를 얻는 데 성공했다.

 로봇군단이 우리를 지켜줄 날도 머지 않았다.

 21세기에는 낯선 깡통이라도 함부로 할 일이 아닌 것 같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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