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전환기 맞은 ISDN 시장 (중)

 지난해 초 50만원을 호가하던 ISDN단말기 가격은 국내 업체들의 양산체제 구축에 힘입어 최근 15만원 이하로 크게 하락했다. 단말기 가격하락은 ISDN 보급촉진의 효과를 가져왔다.

 단말기 가격 못지않게 폭발적인 ISDN 인구증가에 도화선 역할을 한 것은 한국통신의 ISDN 보급정책이었다. 그동안 소극적이던 한국통신이 올 들어 기존 ISDN의 업그레이드 서비스격인 「ISDNⅡ」 상품을 출시하면서 5개 마케팅사와 공동으로 가입자 유치에 팔을 걷어붙이기 시작했다. 또 국민 통신수단으로 ISDN이 자리잡을 수 있도록 2002년까지 반전자교환기 대체 및 신규증설의 방법으로 1200만회선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계획도 내놓았다.

 한국통신의 장밋빛 ISDN사업 청사진을 본 관련업계는 우리나라도 2, 3년 안에 고급 ISDN서비스를 받으면서 시장이 급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통신이 돌연 연초에 장담했던 ISDN 회선 구축계획을 철회하고 초고속통신망인 ADSL에 전력투구하기로 방침을 수정, 국내 ISDN 업계의 위기의식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한국통신은 충분한 회선을 구축한 후 가입자를 유치한다는 적극적인 투자방침에서 선회, 가입자가 늘면 회선을 증설한다는 소극적인 방식을 표명했다.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유럽의 주요 통신사업자들이 ISDN 보급확대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것과 사뭇 대조적인 것』이라며 외국의 예를 거론하면서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독일의 경우 기간통신사업자인 도이치텔레콤은 단말기 구입보조금 명목으로 ISDN재판매 사업자에게 회선당 120달러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 결과 국민들의 단말기 구매에 대한 부담에서 해방됐고 가입자가 크게 늘어나 지난해 가입자 누계는 380만명에 이르렀다. 독일보다 2년 먼저 상용서비스를 실시한 프랑스의 90만명보다도 4배 이상이나 많은 수치다.

 또 ISDN으로 시외전화를 이용하면 요금할인 혜택을 부여하고 온라인뱅킹, 영상회의 등의 다양한 부가서비스 지원으로 고객만족도를 높여가고 있다.

 가까운 일본의 경우만 보더라도 NTT가 기존 전화가입자를 ISDN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거나 ISDN과 PC, ISDN과 영상회의, ISDN과 LAN 등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개발해 고객들의 욕구를 자극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일본의 ISDN 가입자는 총 443만명으로 97년에 비해 70%나 급성장했다.

 NTT측은 ADSL 서비스 본격화 이전인 2001년까지를 ISDN 성수기로 예상하고 있으며 매년 200만 이상의 가입자 증가를 전망하고 있다. 특히 ISDN 수익이 NTT 전체 멀티미디어 수입의 69% 가량을 차지하는 등 효자상품으로 자리잡으면서 최대 1.5Mbps의 초고속 ISDN 서비스까지 개발해 상품의 고급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기도 하다.

 NTT는 IP over ISDN이란 이름의 신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께 이를 상용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처럼 선진국들은 기존 전화망을 충분히 활용하면서 최상의 서비스를 발굴하고 더 나아가 최대의 수익을 올리는데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반면 국내 기간통신망 사업자들은 고객욕구에 부응하는 기존 ISDN의 품질개선을 놔둔 채 내년도 성공여부가 미지수로 남아있는 ADSL에 관심을 쏟고 있다.

 슈퍼네트 안길승 부사장은 『ISDN 서비스개시 6년만에 이제 막 수익실현 단계에 올라왔지만 국내 기간사업자들이 ISDN의 개화를 외면한 채 새로운 서비스를 좇아 ADSL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붓는 것은 아직도 유용한 기존 인프라를 스스로 무너뜨리는 꼴』이라며 『ISDN과 ADSL의 상보적인 발전방향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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