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MS 고현진 사장

 『소리없이 강하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고현진 신임 사장(47)에게 어울리는 말인 듯하다. 그만큼 그의 사장 선임은 많은 외부인에게 다소 의외의 결과로 비쳐졌다.

 지난 9일 MS가 그동안 몇달 동안이나 비워뒀던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고현진 상무가 내부 승진해 임명됐다고 발표했을 때 업계에서는 그가 어떤 사람인가 궁금해했다. 마지막까지 경합을 벌였던 쟁쟁한 인물들을 모두 제치고 그가 사장으로 선임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엇보다 그의 저력이 빛을 발한 결과라는 것이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의 평가다. 그는 지난 84년, 한국IBM에 입사하면서 처음 정보기술(IT) 분야와 인연을 맺은 후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를 거쳐 MS에 이르기까지 15년 동안 줄곧 이 분야에서 일해오면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다.

 MS측이 『회사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인물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며 『미국 본사에서는 신임 사장의 대고객 사업능력과 경영 감각을 높이 평가했다』고 사장 선임 배경을 밝힌 것도 이같은 사정을 잘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정작 그는 『IT 분야의 유능한 분들을 제치고 사장으로 임명된 데 대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겸손해 한다.

 MS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냐는 질문에도 『전임 사장이 기초를 잘 닦아놓았다』며 『당장 엄청난 변화를 시도하기보다는 그동안의 성과를 바탕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에 맞춰 사업을 발전시키고 조직을 안정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해 전임자에 대한 예우를 갖추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의 퍼스낼리티가 약한 것은 결코 아니다. 소탈한 성격이지만 할말이 필요한 곳에서는 자신의 입장을 거침없이 표현함으로써 주변에서 『시원시원하다』는 평가를 함께 듣고 있다. 『돌려 말하는 것을 싫어한다』고 스스로 밝힌 그는 최근 미국에서 MS에 반독점 판정을 내린 것을 계기로 비판여론이 일고 있는 데 대해서도 『회사 이미지에 타격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법적인 문제에서는 빌 게이츠 회장이 밝혔듯이 결코 불리한 상황이 아니다』고 분명한 어조로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MS가 고객에 좀더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데 대해서는 깊이 반성하고 있다』며 『앞으로 고객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대외 홍보의 활성화를 통해 고객과 더욱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객지원 체계의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기술지원과 컨설팅 인력 보강을 우선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유통망을 이용한 간접판매의 한계를 극복하고 고객과의 직접대면 기회를 늘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의 고객들도 앞으로 감정적으로만 한국MS를 바라보지 말고 좀더 냉정한 판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고 밝혀 최근의 한국MS에 대한 국내 비판여론에 대해 다소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음을 내비쳤다. 한국적 특수 정서가 자사에 대한 정도 이상의 비판을 낳고 있다고 보는 것 같았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그는 앞으로 더욱 「기본에 충실한」 회사운영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이용확산에 따른 새로운 비즈니스 수행에 따라 개인 사용자들을 포함한 기존 고객들이 소홀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갖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신규사업 추진에도 벌써부터 그는 강한 열정을 보이고 있다. 현재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은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비즈니스. 인터넷을 통한 소프트웨어 판매방식인 애플리케이션 호스팅 서비스도 그 중의 하나다. 이런 관심은 고객과의 접점을 온라인화함으로써 앞으로 MS를 IT 환경의 변화에 맞춰 「소프트웨어 & 서비스 업체」로 발전시킨다는 그의 장기적 구상에 따른 것이다.

 최근의 IT산업 환경은 변화무쌍한 것이 특징이다. 새로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수용하지 않으면 누구도 살아남기 힘든 상황인 것이다. 고 사장도 이같은 상황을 잘 알고 있으며 따라서 MS의 새로운 미래 비전에 대해 고민해왔다. 「소프트웨어 & 서비스업체」로의 변화라는 비전도 그의 이같은 고민의 산물인 것이다.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IT산업 환경변화와 미국 본사에 대한 비판여론 속에 한국에서 MS의 미래는 이제 고현진 사장의 두 어깨에 달려 있다.

오세관기자 sko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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