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밀레니엄을 앞둔 문화계의 화두 역시 단연 「세기말」이다.
지나간 천년을 정리하고 새로운 세기를 맞는 설레임과 부푼 기대감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의도도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밀레니엄 특수」를 노린 음반사들과 공연기획사들의 상술은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고 있다.
밀레니엄 특수를 겨냥한 행사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이벤트는 2000년 1월 1일 새벽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팝스타들의 밀레니엄 콘서트.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으로 알려진 뉴질랜드 「키리 테 가나와」에서 열리는 이 콘서트에는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대거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지구촌의 축제로 꼽히고 있다. 이 때문인지 뉴질랜드 정부는 손발을 걷어붙이며 지원에 나설 태세를 보이고 있다. 그래서 마오리족의 민속춤과 전통민요도 가미했다. 관심거리는 이 콘서트의 생방송 방영권료. 아직은 베일에 가려져 있지만 주최측은 돈방석에 올랐을 것이라는 게 현지의 소식이다. 국내에서는 MBC가 외국 방송사와 연대해 방영권을 따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공연계와 음반계의 사정도 별 다를 바 없다. 먼저 공연계를 보면 연말연시를 겨냥한 콘서트의 수가 무려 수십개에 이를 정도. 김건모·신승훈 등 대형 가수들은 물론, 유승준·SES·조성모 등 신세대 가수들이 총 출동하는 「밀레니엄 콘서트」도 열린다. 음반사들과 인터넷음악회사, 공연기획사들이 연대해 기획한 「작품」들이다.
음반제작사들도 뒤지지 않는다.
가장 발빠르게 준비중인 음반사는 편집앨범 제작에 눈도 안 줘왔던 EMI. 지난 1000년동안 빼놓을 수 없는 불후의 클래식곡들만 모은 「밀레니엄 베스트 클래식」을 최근 내놓았다. 「릴랙싱」 「보컬」 「에픽」 등의 주제로 나눠 3장의 CD에 「파벨헬의 캐논」 「비발디의 사계」 「베토벤의 월광」 등 3시간 50여분에 달하는 57곡의 명곡들을 최고의 연주로만 선별해 담은 이 음반은 판매가격도 1만원대여서 클래식 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 하고 있다.
소니뮤직도 「밀레니엄 히츠」가 지난 상반기동안 수백만장이 팔리는 등 인기를 끌자 오는 12월에는 「밀레니엄 히츠 2」와 「밀레니엄 클래식 히츠」를 낼 계획을 세웠으며 워너뮤직도 자사의 카탈로그 중 기억이 될만한 10종의 음반을 골라 「밀레니엄 시리즈」를 기획하고 있다.
또 유니버설뮤직은 재즈의 역사를 담은 「밀레니엄 재즈 20, 21」을, BMG는 엔리코 카루소의 최초 녹음을 최신 오케스트라곡을 가미해 「카루소 1900, 카루소 2000」을 선보인다는 방침이다.
정지연기자 j yj 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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