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의 조건
최근 우리의 이동전화 단말기 유망 수출대상국으로 미국·캐나다·멕시코·브라질은 물론 홍콩·중국·말레이시아·호주 등의 시장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통신사업자들은 CDMA방식의 서비스를 시작했거나 준비중이다.
이 시장에서 2200만명의 서비스가입자를 확보한 한국의 CDMA단말기 업체들만큼 경쟁력을 갖춘 기업도 드물다. 그러나 이러한 호황이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게다가 단말기의 가격은 인하될 수밖에 없는 추세여서 내수시장에서 언제까지나 호황을 구가하게 되리란 보장도 없다.
그동안 서비스업체의 단말기보조금이라는 온실보호막 속에서 제품공급을 늘려온 단말기업체들의 경쟁력을 재점검해 봐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가진다.
지난 4월 일시적으로 국내 이동전화 단말기 수요가 비정상적인 상승곡선을 보였던 원인이 정부의 단말기 보조금 철폐 방침에 따른 한시적 수요증가였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말기업체들은 일거에 몰린 수요로 인해 부품조달 전쟁에 시달려야 했다. 이러한 가운데 올들어 모토로라가 시장진출 1년도 안된 시점에서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내수시장에서 보여준 모토로라 단말기 돌풍의 배경은 강력한 브랜드인지도, 한국디자이너의 설계력, 품질개선 노력 등 3박자의 조화 때문에 가능했다.
모토로라라는 글로벌기업의 평균 이동전화단말기 설계기간은 1년이었지만 한국시장에 투자하면서 그 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게 됐다. 투자검토 시점부터 이를 염두에 둔 모토로라는 여기에 자사의 생산공정 프로그램을 도입함으로써 1%였던 국내 업체의 평균 불량률을 0.6%로 낮췄다.
내년부터 일본에 JCDMA서비스용 제품을 공급할 모토로라 OEM공급업체인 어필텔레콤은 0.3%의 불량률만을 허용받고 있다. 철저한 생산공정관리를 통한 품질로 승부하는 것이다.
브랜드 전쟁은 내수시장을 좌우하는 또다른 요인이 된 지 오래다.
거미가 단말기를 들어올리는 영상의 광고는 초경량 단말기란 점을 강조하면서 모토로라의 제품인지도를 높이는 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국내 제품으로는 삼성전자의 애니콜 브랜드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해외에서도 세계 유수 업체보다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삼성은 그 원인에 대해 『품질은 물론 수년간 키워온 「애니콜」의 브랜드이미지 확보에 성공한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업체들이 최근의 호황을 지속시켜 나가려면 영업전략상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내외에서 모토로라·노키아·에릭슨 등 세계 유수의 업체들이 기술력·인지도 및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영업력으로 전세계 시장에 턴키베이스의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세계 제1의 단말기 공급사인 노키아나 모토로라가 한국내에서 보여주는 영업양상은 국내 기업들의 해외진출 방법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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