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IMT2000"을 준비하자

김태호 한통프리텔IMT2000 기획단 총괄이사

　지난 9일부터 17일까지 스위스 제네바에선 세계 정보통신산업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텔레콤99가 개최됐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주관으로 4년마다 열리는 이 행사는 세계 통신업계의 최첨단 기술이 한꺼번에 선보이는 통신분야 최대의 전시회다. 전세계의 장비·서비스업체가 저마다의 새로운 전략상품을 선보였지만 이번 전시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행사는 차세대 이동통신으로 불리는 IMT2000시스템을 이용한 영상통화였다.

　초창기 아날로그방식 휴대폰이 국내에 첫선을 보인 지 20년도 안되어 영상과 음성을 자유자재로 전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곧 닥쳐올 차세대 이동통신의 꿈이 그 윤곽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이동전화 사용인구가 국내만도 2000만명을 넘어섰으니 이런 가입자 인프라를 바탕으로 앞으로 시작될 IMT2000서비스는 이제껏 기술적 제약으로 제공하지 못했던 다양한 서비스 콘텐츠를 쏟아낼 것으로 보인다. 지역적 한계를 넘어선 글로벌 서비스, 언제 어디서나 개인이 원하는 정보를 손 안에서 받아볼 수 있는 개인 네트워크 서비스(Personal Network Service) 등의 본격적인 개막은 많은 현대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 놓을 것이다.

　세계 통신시장은 IMT2000으로 인해 주도권 싸움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결과에 따라서는 각 나라의 국가산업에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할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관련기업의 운명뿐만 아니라 국가간 이익도 달려있는 만큼, IMT2000사업을 놓고 전세계는 벌써부터 소리없는 전쟁을 시작하고 있다.

　삼성·LG 등 우리나라 장비제조업체들도 IMT2000 단말기와 시스템을 내놓고 시연회도 성공했다. 이는 우리 기술력이 세계시장에서도 빠질 것이 없는 수준임을 증명해 보인 것이지만, 그러한 외형과는 달리 변변한 기술특허 하나 가진 것이 없는 국내 산업의 취약구조를 고려해 본다면 외형만 세계 최고인 것은 아닌지 반문해 보아야 할 것이다. CDMA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로열티를 외국업체에 지불해온 이동전화의 쓰라린 역사를 반복할 우려가 있는 것이다.

　또한 세계 통신시장이 음성에서 데이터통신쪽으로 급격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요즈음, 기술 및 시스템 개발 못지 않게 인터넷을 활용한 무선 데이터 콘텐츠 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실제로 세계 주요 통신업체들은 액세스 네트워크, 코어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한 토털솔루션을 중점적으로 선보이고 있다. 또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의 개발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는 IMT2000의 기능이 음성통화 중심의 특정 부문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쓰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국내 시장에서 전개되고 있는 각종 콘텐츠 개발이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IMT2000서비스가 본격화되는 2002년 이후에는 전세계 통신업체의 다양한 서비스가 국경없이 소비자에게 퍼질 것이다. 끊임없는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고 우리의 기술과 서비스를 전세계에 확대하고자 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콘텐츠 개발을 서둘러야 된다. 장기적인 안목과 정보의 공유없이 시간만 보낸다면, 우리는 애써 키워놓은 우리의 통신시장을 앞서간 다국적 통신기업들에 고스란히 내줄 수밖에 없다.

　IMT2000의 깊이있는 내실화를 위해 정부·업계·학계 등 각계각층의 지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