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입력장치인 스캐너의 보급이 크게 늘고 있다. 97년 9만5000대에 달했던 스캐너 시장이 지난해 IMF한파로 연간 공급대수가 7만5000대 수준으로 줄어들었으나 올해는 경기회복에 힘입어 11만∼11만5000대가 공급될 것으로 전망돼 양적인 면에서 큰 폭의 성장세가 예상되고 있다. 스캐너 보급이 이처럼 확대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홈페이지 제작이 늘고 있다는 것을 꼽을 수 있다. 홈페이지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사진을 입력하기 위해서는 스캐너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프린터의 고성능화도 스캐너 보급이 확대되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요인 중의 하나다. 과거에는 사진이나 원고를 스캐닝하더라도 PC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지만 최근에는 포토프린터가 가정에까지 파고들면서 스캐너 활용범위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많은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스캐너와 포토프린터를 앨범이나 스티커 사진 출력에 사용하고 있으며 사진 입출력 관련 응용 분야가 확대되면서 스캐너의 효용성 또한 더욱 커지는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스캐너 공급업체들도 일반 기업부문보다는 성장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가정용 시장공략에 나서 설치가 쉽고 간편한 유니버설시리얼버스(USB) 방식의 제품군을 중심으로 본격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다. 또 최근 중고생들이나 직장인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PC방에서 사진 스캐닝 서비스를 실시하는 것도 스캐너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해주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스캐너의 대중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가격하락이다. 9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3패스 방식 300dpi의 스캐너가 100만원을 넘는 것이 보통이었으나 97년부터 공급업체가 크게 늘면서 20만∼50만원선으로 가격이 대폭 떨어졌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에는 엔진해상도가 600dpi로 두 배 이상 개선됐지만 가격은 30만∼40만원대에 불과한 보급형 제품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가격부담 때문에 스캐너 구매를 꺼리던 소비자들을 사로잡기 시작했다.
이처럼 스캐너의 기능과 역할이 널리 알려지고 가격 또한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스캐너를 시스템 소프트웨어처럼 아예 PC와 한데 묶어 판매하는, 이른바 번들형태로 공급하는 양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삼보컴퓨터를 비롯, 세진컴퓨터랜드·아침기술·에이서 등 전문유통회사들이 본격적으로 스캐너를 번들로 공급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현재 PC에 번들로 공급되는 스캐너는 전체 PC공급량의 5∼1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스캐너 번들률이 미국·유럽 시장의 경우 20∼22%, 아시아 시장의 경우에는 10%대를 나타내고 있는 것에 비추어본다면 앞으로 번들 시장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업계 관계자들은 국내 스캐너 시장규모가 PC에 번들로 공급되는 제품을 합쳐 현재 월 평균 1만대 정도로 추정하고 있으며 내년 초부터는 1만5000대를 상회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국내 스캐너 시장은 한국HP·한국엡손·삼보컴퓨터·아그파가 75%를 점유, 빅4를 형성하고 있으며 롯데캐논·에이서·유맥스·아침기술·디스코프코리아 등 15개 이상의 업체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스캐너 시장은 브랜드 제품과 일반 소규모 수입업체에서 시장상황에 따라 수입·판매하는 제품으로 크게 구분되는데 IMF한파로 수입 자체가 어려웠던 지난해에 자금력과 제품수급이 우월한 조건에 있는 브랜드 제품의 판매가 크게 증가했다.
특히 한국HP·아그파코리아·한국엡손 등은 고가기종에서 보급형까지를 모두 보유하고 일반 및 기업용 시장을 공략하고 있으며 한국에이서와 롯데캐논 등은 PC공급업체와 공동마케팅을 벌이면서 주로 PC번들 시장확대에 나서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이 중 일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급형 시장은 한국HP·아그파·한국엡손이 성능과 브랜드의 이점을 살려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한국HP는 포토프린터와 함께 쓰임새가 크게 늘고 있는 스캐너의 대중화를 위해 솔루션 위주의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고, 고해상도 전문가용 제품 위주로 영업을 펼쳐왔던 아그파코리아도 일반 컴퓨터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보급형 제품을 최근 도입, 이 시장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7년 하반기부터 시장에 뛰어든 한국엡손의 약진도 두드러지고 있다. 엡손은 현재 국내 2위의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전자출판이나 컴퓨터그래픽 분야의 매킨토시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구미지역에서 인기가 높은 유맥스는 보급형에서 전문가용까지 전제품을 보유하고 있는 세계 2위의 스캐너 공급업체이지만 국내에서는 고가형 제품을 주로 보급하고 있다.
삼보컴퓨터는 PC번들용으로 주로 제품을 공급하고 있어 소비자 인지도는 매우 낮지만 시장점유율면에서는 2, 3위권을 다투는 주요 공급업체다. 삼보컴퓨터는 최근 PC판매가 호조를 보이면서 스캐너 번들공급량도 크게 늘리고 있으며 프린터와 스캐너 등 입출력주변장치 분야의 비중을 높여나가고 있다. 특히 4·4분기 들어서는 HP를 겨냥한 대대적인 공세를 펼쳐 스캐너 부문에서 2강 체제를 가져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외에 최근 대만산 제품을 수입하는 업체들도 용산전자상가를 중심으로 한 집단상가에서 일반 소비자들을 겨냥해 본격적인 판매확대에 나서고 있다.
스캐너의 대중화 추세가 급진전하면서 스캐너를 일반인들에게 보급하기 위해 스캐너 공급업체들의 보급전략도 크게 바뀌고 있다.
스캐너는 키보드나 마우스, PC카메라 등과 같이 입력장치이면서도 영상이나 색상을 컨트롤한다는 면에서 사용법이 무척 어려운 장비다. 이같은 문제는 스캐너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해왔는데 최근 스캐너 공급업체들은 쉬운 사용환경을 개발의 최대 고려사항으로 삼고 드라이버 소프트웨어와 인터페이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인기를 끌고 있는 원버튼 방식이 대표적으로, 원버튼 방식은 버튼 하나만 누르면 스캐너가 알아서 해상도와 색상을 스캐닝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특히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용도로 스캐너가 사용되면서 웹페이지에 적합하게 색상을 보정하거나 크기나 색감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을 갖춘 제품도 보급되고 있다.
최근에는 스캐너로 입력한 문서이미지나 사진파일을 인터넷을 통해 메일로 첨부해서 보낼 수 있는 기능까지 포함시킨 제품도 발표돼 스캐너의 쓰임새가 인터넷 전자우편에까지 확대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스캐너에서 가장 중요시되는 광학해상도도 진보를 거듭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보급형 스캐너 공급업체들이 보급형 제품으로 600dpi의 해상도에 36비트 심도의 색상을 갖춘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특히 물리적으로는 600dpi이면서도 그 이상의 해상도로 이미지를 확장시켜주는 소프트웨어 드라이버 기술이 개선되면서 보급형 제품들의 성능 또한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
스캐닝 속도도 크게 개선됐다. 정교한 이미지 위주의 스캐닝 작업뿐만 아니라 일반 문서도 대부분의 제품이 단 한번의 읽기 과정으로 문서를 완벽하게 스캐닝하는 기능을 포함하고 있다.
인터페이스면에서는 USB로 대체되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지난 2∼3년 전만 하더라도 스카시나 패럴렐 포트 인터페이스 제품이 주종을 이뤘으나 최근에는 스카시 인터페이스나 패럴렐 포트 방식보다는 여러 면에서 장점이 있는 USB 인터페이스 제품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미 한국HP를 비롯해 한국엡손·롯데캐논·삼보컴퓨터·아그파코리아 등 주요 스캐너 공급업체들은 주력제품군을 USB 인터페이스 방식 제품으로 채택, 인터페이스의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
인터페이스의 교체 현상은 올해 i맥의 득세와 함께 이루어지고 있는데 스캐너 공급업체들은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급하는 제품 중 60% 이상을 패럴렐 인터페이스 방식으로 공급해왔으나 현재는 패럴렐 포트 비중이 3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스캐너와 함께 공급되는 소프트웨어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문서인식 소프트웨어인 OCR소프트웨어와 간단한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가 주종을 이뤘는데 최근에는 번들 소프트웨어의 종류가 다양해지고 있다.
대부분의 스캐너 공급업체들이 OCR소프트웨어를 기본으로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미국 어도비사의 「포토숍」이나 「포토 딜럭스」 등 4, 5종의 스캐너 관련 소프트웨어를 번들로 제공, 시장선점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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