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절구
◇1990년 안성농업전문대학 원예과 졸업
◇1996년 그레이스컴 대표이사
◇1997년∼현재 ABC테크놀로지코리 아 대표이사
우리는 과연 한대의 자동차를 만드는 데 정확히 얼마의 원가를 소비했는지 알고 있는 것일까. 한대의 자동차를 생산하기까지는 수만개의 부품을 조립하고 수십명의 인원을 투입해 복잡한 공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한다. 이러한 과정에는 직간접적인 자원을 소비하는 활동 외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의 활동이 포함돼 있다. 주문 처리하기, 유통지점 방문하기, 서류파일 만들기 등의 모든 기업내 활동이 이 범주에 속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자동차 제조원가를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물론 제조원가가 얼마인지 제조회사에서 나름대로 파악은 하고 있지만 얼마나 많은 회사가 제품(또는 서비스)을 제조하는 데 소요되는 원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기업은 「활동」의 집합체다. 기업·조직·개인의 모든 업무는 「활동(activity)」으로 부를 수 있으며 「활동」을 통해 제품(서비스)을 창조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이 경쟁에서 이기고 지속적으로 이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활동을 잘 관리하고 이러한 활동이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활동을 수행하는 데 낭비적인 요소는 없는지 반드시 알아야 한다.
활동기준원가(ABC:ActivityBased Costing) 시스템은 이러한 활동을 기초로 한 원가관리시스템으로 정확한 원가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제품별 원가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활동을 유발하는 요인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정확한 원가정보를 이용해 경영자는 부가가치가 높은 품목이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부가가치가 낮은 활동을 규제할 수 있게 된다.
기업에는 일반적으로 인사·생산·회계·원가관리시스템 등 여러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이 가운데 과거 수십년동안 가장 낙후된 시스템을 유지해온 것이 원가관리시스템일 것이다.
대부분의 국내 기업 경영자들은 원가계산시스템에서 제공하는 정보를 믿지 않으며 각 회사마다 이를 바로잡기 위해 수많은 고민을 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노력 중의 하나로 출현한 혁신적인 원가측정방식이 바로 ABC시스템이다.
ABC는 1980년 이후 기업들이 중대한 환경변화를 겪으면서 출현했다. 공장자동화로 인해 기업의 생산형태가 변했으며 컴퓨터의 도입으로 업무의 형태·방식 또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바뀌었다.
제조 간접비의 비용이 상대적으로 커졌으며 고객 욕구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소품종 다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로 이전하자 새로운 패러다임의 원가계산방식이 요구된 것이다.
기존 원가회계방식은 1920년 이전에 개발한 것으로 간접비의 배분을 생산량에 따라 일률적으로 배분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엄청나게 변화를 겪은 20세기 경영환경에는 이미 현실성과 합리성을 상실하고 있다.
이 방식으로는 경쟁력 있는 제품을 파악하기 어려우며 실질적인 원가추적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전통적 원가시스템에서는 공장밖의 활동이나 자원소모에는 전혀 관심이 없으며 공장 안에서 소모하는 원가만 계산한다. 공장밖에서도 주문처리·판매·마케팅·엔지니어링·연구개발 등 많은 활동이 존재하고 심지어는 공장밖의 원가가 공장 안의 원가보다 비중이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단지 재무정보만을 제공할 뿐 품질·서비스 측면이나 불량률, 각 활동에서의 사이클타임과 같은 비재무적 정보는 무시하고 있다.
반면 ABC는 각 자원에 대해 활동별로 소비한 원가를 집계함으로써 제품(서비스)별 원가내용은 물론 소비하는 이유까지 함께 설명해준다.
즉 활동에 따라 자원을 어떤 비율로, 어떤 경로로 소비하는지를 사람들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ABC는 제조원가뿐만 아니라 판매비, 유통비용 등의 원가정보를 포함하고 있다.
해당 제품의 생산과 연관성 있는 원가배분이 이뤄지도록 간접 자원원가의 배부를 제품에 기여한 것만큼 할당한다.
이렇게 하면 제품별 원가정보가 어떤 활동에서 얼마나, 무엇 때문에 발생했는지를 추적할 수 있다.
그렇다면 ABC시스템을 어떻게 운영하는지 알아보자. ABC시스템에서는 「활동」을 가장 잘 정리해야 한다.
활동은 회사의 자원을 소비하며 활동을 함으로써 제품이나 고객 서비스를 창출하기 때문에 자원-활동-원가대상 순으로 소비되고 정의된다.
자원을 소비하는 활동을 정의하고 활동원가를 계산한 다음 활동원가를 유발하는 요인(Driver)을 파악하고 이렇게 산출한 활동원가를 활동을 사용한 원가대상에 배분하면 된다.
원가대상에는 일반적으로 제품·고객·서비스 등이 있다. 각 활동원가를 해당 원가 대상별로 적절하게 분배하기 위해 활동원가 유발요인(Cost Driver)을 사용한다.
이때 배분이 왜곡되면 원가가 왜곡될 수 있다. 예를 들면 영업부서의 원가를 기계시간 기준으로 배분하는 것은 무의미하며 인과관계를 이용해 합리적으로 활동을 추적해야만 한다.
전통적인 총계장 원장의 약점은 비용을 부서와 사용하는 계정과목에 의해서 표현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총계정 원장은 단지 무엇이 소비됐는지를 표현하는 반면 활동기준 원가는 비용이 어떻게 소비됐는지를 표현한다.
ABC는 원가분석 정보와 함께 활동관련 정보를 이용해 기업의 프로세스 개선을 꾀함으로써 적절한 전략의 수립, 활동의 성과향상, 비부가가치적 활동을 제거할 수 있는 정보를 함께 제공한다.
ABC를 이용한 ABM(Activitybased Management)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ABM은 ABC의 고정측면을 강조해 활동의 성과를 평가하고 효율화를 높이는 솔루션이다. ABM을 이용하면 원가요인을 적절하게 통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생산품목의 조정이나 조직개편, 기업의 리엔지니어링, 성과측정을 통한 연봉제 실시 등 모든 경영기법의 근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여기서 ABC시스템을 도입한 아시아나항공사의 사례를 통해 투자대비 효과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시아나항공은 IMF 체제 아래 급격한 환경변화를 겪으면서 혁신적으로 원가를 절감하고 사업구조를 조정할 수 있는 툴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경영진에서 신속정확하고 다양한 원가정보를 요구함에 따라 전통적인 기존원가계산에 대해 회의를 갖기 시작한 것이다.
기존방식으로는 원가절감을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고 간접비 배부방식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았으며 원가정보 이용자가 직접비만 고려하고 간접비는 고려하지 않는 폐단이 있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아시아나항공은 ABC에 대해 이론적 타당성과 실현가능성을 검토한 결과 최종적으로 ABC시스템을 도입하기로 결정하고 구현작업에 돌입했다.
아시아나항공에서 얻은 ABC의 투자대비 효과는 다음과 같이 나타났다.
첫째, 원가정보의 신뢰성이 높아졌다. 자원에서 활동으로, 활동에서 원가대상으로 배부하는 ABC의 특성상 간접비 배부방식에 대한 신뢰성을 향상시킴으로써 사업부문별 간접비 배부방법에 대한 많은 논란이 사라지게 됐다.
둘째, 다양한 원가계산의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
다양한 원가계산이 가능해짐에 따라 영업부서에서 실적집계업무에 투입해온 시간과 노력을 분석위주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게 됐으며 문제점과 원인 파악이 용이해져 업무개선이 원활해졌다.
셋째, 신속한 원가정보를 얻을 수 있다. 클라이언트서버에서 운영하는 관계로 언제든지 원가 담당자가 원가계산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호스트 환경에서의 원가계산시 소요된 많은 시간을 단축하게 됐으며 원가정보 이용자에게 실시간으로 원가정보를 제공,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넷째, 원가절감 방법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원가의 발생원인을 관리함으로써 원가를 절감할 수 있는 방법을 파악할 수 있게 됐으며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과 경영활동을 위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이 사례에서 확인했듯이 ABC를 도입한 회사를 보면 제품과 고객원가의 정확성 제고, 제조간접원가 배부방법 개선, 정확한 수익성 분석, 비부가가치 활동으로 인한 낭비적 요소 제거, 유연한 경영정보 창출가능 등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이와 함께 경영자의 의사결정, 재무적 성과개선, 성과측정과 평가, 생산관리, 제품·고객별 원가측정에서 효과를 볼 수 있어 ABC를 이용한 시스템 구축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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