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공립병원들이 공개입찰을 통해 자기공명영상진단기(MRI)를 구매하면서도 입찰과정에서 아예 국산장비를 배제하고 특히 필요 이상의 기능을 갖고 있는 외산장비를 선호해 외화를 낭비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포천의료원·수도통합병원·인천의료원 등은 MRI를 구매하는 과정에서 투자대비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 외산장비만을 선호함으로써 정부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인천의료원은 올초 1.0테슬라(자장의 세기)급 MRI를 공개입찰로 구매하면서 응찰가능 규격을 GE·지멘스·필립스 등 외산제품에 맞게 제시해 국산 MRI업체는 아예 응찰할 수 없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의료원은 특히 이 MRI를 리스로 구매하기 위해 인천시로부터 10억원 정도의 예산을 배정받아 국산장비를 구매할 수 있었는데도 원내 진단방사선과 내부반발로 국산장비를 구매하지 않고 당초 예산보다 약 3억원 이상을 더 초과한 외산장비를 구입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포천의료원도 현재 1.0테슬라급 MRI를 구매하기 위해 공개입찰을 진행중인데 응찰규격을 GE·필립스·지멘스 등 외산장비 규격 위주로 작성, 국산 MRI업체가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 의료기관도 역시 도예산 10억원을 배정받았지만 13억원 이상에 달하는 고가 외산장비를 구매하기 위해 경기도 지역개발자금에서 약 5억원을 더 융자받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통합병원은 인근 서울지구병원에 1.5테슬라급 MRI를 가동중인데도 최근 국방부로부터 17억∼18억원 상당의 예산을 배정받아 고급 외산장비를 추가로 구매하려 하고 있으며 당초 1.0테슬라급 MRI를 구입하기로 했던 대전통합병원도 수도통합병원의 움직임에 맞춰 1.5테슬라급 MRI로 상향조정해 구매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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