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과학> 인공위성

 과학기술이 탄생시킨 물건 중에서 인간과 가장 흡사한 것은 아마도 로봇일 것이다.

 그러나 인공위성을 꼼꼼히 살펴보면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인간적인 물건이 바로 인공위성임을 깨닫게 된다.

 인공위성에는 인간의 두뇌에 해당하는 주컴퓨터가 있고 눈·귀에 해당하는 각종 센서를 갖고 있으며 손발격인 추력장치와 구동기는 물론이고 인간이 밥을 먹어 힘을 내듯 에너지원인 전력공급장치를 갖고 있다.

 인공위성의 태양전지판은 밥을 먹는 인간의 입에 해당하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배터리는 간에 해당하며 전력분배기는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골격에 해당하는 구조체는 물론이고 사람의 자세를 제어해주는 세방고리관 역할은 자이로를 포함한 자세제어장치가 맡고 있다.

 또 의사소통을 위해 인간은 목소리를 쓰지만 위성은 전파송수신기가 이를 대신한다. 다만 생식능력이 없기 때문에 수명이 다하면 그것으로 끝나고 만다.

 인공위성의 골격은 단단하면서도 가볍게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에 티타늄합금 같은 금속을 사용하는 데 그 가격은 금값의 10배 정도여서 인공위성의 몸무게를 1㎏ 다이어트시키면 금 10㎏을 얻는 것과 같은 비용을 버는 셈이다.

 특히 위성은 일생 동안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우주공간에서 살아야 하는데 인간의 수많은 체세포 중 어느 하나라도 이상이 있으면 병에 걸리듯 위성 안의 수만개 내지는 수십만개 부품 가운데 작은 고장이라도 나면 그 기능을 상실하게 된다.

 인공위성의 탄생과정을 보면 인간과 더욱 비슷하다.

 인공위성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엄마역할과 비슷한 EGSE(Electrical Ground Support Equipment)라는 지상보조장치가 필요한데 지상보조장치는 탯줄에 해당하는 케이블을 통해 위성의 초기 조립과정부터 인공위성의 각 부품과 부분체를 점검한다.

 인공위성은 또 우주공간에서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우주환경과 똑같이 꾸민 열체임버라는 장치에서 몇주에서 몇달씩 시험을 거치는데 이는 엄마의 자궁이 태어날 태아에게 적합한 상태를 만들어주는 것과 같은 역할을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위성은 로켓에 실어 우주로 쏘아올리는데 최종단계에서는 로켓 앞부분의 페어링이 열리면서 로켓과 분리되고 태아가 태어날 때 울음을 터뜨리듯 인공위성도 페어링과정에서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태양전지판을 펼치는 것이다.

 인간이 태어나 교육과 경험을 통해 전문가로 크는 것처럼 인공위성도 전문적인 분야에 따라 통신방송위성이나 첩보위성, 지구관측위성 등 전문성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사회환경 따라 순응하며 살아가는 반면 인공위성은 중력에 대항해 끝까지 우주상공에서 자신이 살아갈 공간을 만들고 있는 일종의 반항아다.

정창훈기자 ch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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