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놓고 돈 먹기가 가능한 업종」 「현금을 주무를 수 있는 업종」이라며 구태적인 관행을 고집하던 유통업계에도 정보화 바람 SCM(Supply Chain Managemant)이 불고 있다. 거대 유통자본이 「규모의 경제」라는 냉엄한 시장논리를 만드는 가운데 「디지털경제」는 유통업계가 새천년에 살아남기 위한 생존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같은 유통업계의 디지털경영 비전은 한마디로 공급망관리(SCM). 한국유통정보센터 박동준 사무국장은 『SCM은 제조·물류·유통 등 유통경로상의 모든 경제주체들이 정보기술(IT)을 활용해 재고를 최적화시키고 업무지연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는 초기업단위의 경쟁전략』이라면서 『업종을 아우르는 기업간(B-B) 전자상거래(EC)의 요체』라고 의의를 설명한다.
SCM을 성공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업체간 협력과 표준코드·POS·전자문서교환(EDI)·전자자금이체(EFT)·전자카탈로그 등 정보기술의 보급이 필수적이다. 박 국장은 『종전의 업무관행을 혁신하고 아직은 생소한 IT를 「무기」로 삼아야 하므로 결코 쉽지만은 않은 작업이다. 더욱이 특정 업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모두의 과제이므로 상호협력은 성공의 전제조건』이라고 언급했다.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늦긴 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유통업계도 SCM을 향한 움직임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 등 유관부처와 30여 유통·물류·정보통신업체 대표들이 모여 결성한 「한국SCM 민관합동 추진위원회(이하 SCM위원회)」가 바로 그 첫걸음.
『SCM위원회는 앞으로 국내 유통·물류 정보화를 진두지휘하는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부위원장을 맡은 신세계I&C 권재석 대표의 자평이다. 업계 전반에 걸친 SCM 보급·확산은 물론, 제반 기술표준 개발과 보급, 법·제도적 개선방안 강구, 지속적인 시범사업을 통한 SCM 조기정착 등 하나같이 중요한 SCM위원회의 역할들이다. 특히 거창한 계획보다는 작은 실천이 내실을 쌓는 지름길이라는 판단 아래 시범사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
지난 5월 「EAN14 표준물류바코드」 보급을 1차 시범사업으로 정하고 대상업체로 LG유통(인천물류센터)과 한국물류(용인물류센터)를 선정했다. 이어 7월에는 물류센터의 표준물류바코드 부착현황과 인식도 조사를 실시, 도입 기반 조성작업을 착실히 진행중이다. 이를 통해 내년까지는 표준물류바코드를 기반으로 한 크로스도킹·연속상품보충(CRP)·자동발주시스템(CAO) 등 물류정보화 사례를 발굴하기로 했다. 물류정보화의 근간인 표준바코드를 조기에 보급함으로써 산업의 근간인 물류체계를 탄탄히 정비하겠다는 뜻이다. 공동위원장을 맡은 현대백화점 김영일 대표는 『SCM위원회가 비록 지금은 대형업체들을 주축으로 기반조성 사업에 몰두하는 수준이지만 작은 노력들이 계속 이어진다면 SCM은 유통업계 전반의 디지털경영 전략이라는 대세로 드러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서한기자 hseo@ 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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