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이 ITS기술에 대한 국제 표준마련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86년부터다. 당시 유럽 각국은 유럽표준화기구인 CEN TC278을 구성하고 가장 안전한 교통체계를 만들기 위해 ISO와 함께 ITS분야의 국제적인 표준화에 나서기 시작했다.
모두 47개 회원국을 확보한 ISO TC204는 산하에 16개의 실무작업반(WG:Working Group)을 두고 국제표준화에 나섰다. 이들의 국제 표준화 활동이 중시되는 것은 이들의 논의에 기초한 국제표준이 세계 ITS기술 발전과 직접 연계되기 때문이다. 특히 ITS기술과 산업이 초기 발전단계인 만큼 우리나라가 참여해 발언할 수 있는 여지와 기회가 많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사항이다.
최근까지 ISO TC204가 내놓은 기술보고서 가운데 중요한 내용으로는 DSRC분야의 응용계측 위원회 초안, WG5의 운영자 정산용 인터페이스 규격 및 정의 등이 꼽힌다. 교통DB 구축과 관련, 국내에서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지리정보파일(GDF) 포맷의 실무위 ISO초안도 마련됐으며 물리저장파일(PSF)과 도로참조 포맷 등은 오는 2002년까지 실무 초안이 마련된다.
전문가들은 향후 수년간 계속 중시되면서 기술개발과 병행하게 될 표준분야로 △GDF △자동요금징수시스템의 인터페이스 정의 △ 도로교통정보시스템(TICS)의 참조모델 및 구조(기본서비스, 표준구조) △자동차량식별 시스템 정의 △자동차량식별번호 부여법 등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시급하고도 핵심적인 분야에서조차 해당 정부부처와 산하기관 출연연구소간의 이해 타산 및 정책적 조율은 여전히 미비하다.
그동안 ISO와 관련한 제반업무를 담당해 온 산자부 기술표준원은 최근 모든 직원에게 ISO 소위원회를 하나씩 맡아 전담토록 했다. 정통부는 적어도 산자부 기술표준원의 역할과 한국전산원의 KICS표준 제정을 위한 노력이 부합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역시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활동범위는 물론 ISO와 IEC간 통합표준을 위해 구성된 JTC1 관련 표준활동을 강화하고 나섰다. 정통부는 또 최근 산자부 자동차부품연구원 산하의 도로교통연구회를 산하 기구로 편입시켜 업무중복을 우려하는 ITS코리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국토연구원도 최근 ITS표준화에 대한 본산임을 자처하고 나서 산자부와 갈등을 빚고 있다. IC카드 분야에 대한 업무를 맡고 있는 정통부·산자부 및 국가ITS를 주관하는 건교부의 마인드는 뚜렷하지 않다.
ETCS분야는 정통부가 일단 개발돼 있는 수동식을 수용해 논란을 잠재웠으나 여전히 불씨가 남아있고 GDF분야의 표준화는 교통개발연구원, 정보통신부, 산업표준원, 한국전산원 등이 이제 막 표준화 공동논의를 위한 발걸음을 떼고 있다.
가까운 이웃 일본이 ITS표준화에 관련된 8개 단체 200여명의 전문가가 체계적으로 국제표준화 추세에 대비하면서 자국 기술 중심의 국제표준화를 주장하고 있는 것과 크게 대비된다. 자본재와 정보통신 정보화 기술 등 다양한 분야의 표준을 제정할 때 공동작업을 정례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우리는 소속기업이나 부처·단체·기관의 이익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정부의 표준화 자금지원도 미미해 ISO TC204코리아는 매년 8억엔 이상을 지원받는 ISO TC204 일본위원회를 부러워하는 처지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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