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전업계의 화두는 단연 디지털TV다.
디지털TV 시장이 올해부터 미국과 영국을 중심으로 형성되기 시작해 오는 2002년을 기점으로 전 세계적으로 보급이 급격히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세계 디지털TV 시장규모가 2002년에는 1000만대, 약 100억 달러, 2005년에는 3000만대, 300억 달러 규모로 급팽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시장인 셈이다.
그러나 이처럼 낙관적인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은 시장성장 속도가 극히 완만하다. 디지털방송이 전 세계적으로 아직 시험방송단계 수준에 머물고 있는 데다 기술적인 표준이 결정되지 않는 등 주변상황이 무르익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디지털TV의 가격이 거의 1만 달러에 육박해 소비자들이 손쉽게 이를 구입할 수 없다는 것도 디지털TV의 보급확산을 가로막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업계는 아날로그TV에서 디지털TV로 넘어가는 이행단계에서 디지털방송 대응 TV 이른바 디지털 대응(ready) TV에 주목하고 있다.
디지털 대응 TV는 현재의 아날로그방송을 고화질로 구현하는 것과 동시에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연결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이다. 따라서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내부에 내장시킨 디지털TV 즉 일체형(builtin) 디지털TV와는 단지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별도로 구입해 연결할 수 있다는 점만 다르다.
가전업계가 디지털 대응 TV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내장시키지 않음으로써 가격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데 있다.
또 아직 디지털방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구태여 고가에 디지털TV를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
디지털방송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고 한다면 소비자들은 별도로 디지털 세트톱박스를 구입해 연결할 경우 일체형 디지털TV와 똑같이 디지털방송을 수신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현재 일체형 디지털TV의 경우 가격이 7000 달러에서 1만 달러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지만 디지털 대응 TV의 판매가격은 2000∼3000 달러 수준. 디지털 세트톱박스는 2000 달러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상에서도 큰 차이가 있다.
이같은 디지털 대응 TV의 강점으로 인해 업계관계자들은 일체형 디지털TV의 가격이 획기적으로 낮춰지기 이전까지 디지털TV 시장은 디지털 대응 제품이 주도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는 올해 미국 디지털TV 수요는 30만대 정도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지만 이중 일체형 디지털TV는 1만대, 나머지 29만대가 디지털 대응 TV가 장악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오는 2002년까지 계속돼 2002년에는 일체형 디지털TV가 80만대, 디지털 대응 TV는 650만대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디지털 대응 TV 중심의 미국 디지털TV 시장 구도는 오는 2005년을 기점으로 반전되기 시작해 본격적으로 디지털 세트톱박스가 내장된 디지털TV가 주도할 것이라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예상이다.
이에 따라 현재 세계 디지털TV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국내의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최근 디지털 대응 제품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디지털 대응 TV 10개 모델을 동시에 출시해 수출은 물론 내수시장공략에 나섰으며 이에 앞서 LG전자도 60인치, 52인치, 43인치 등 3개 모델의 디지털 대응 제품을 개발, 내수시장공략과 함께 수출을 서두르고 있다.
장창덕 삼성전자 영상사업부장(상무)은 『아직까지 디지털방송규격이 확정되지 않고 디지털방송도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일체형 디지털TV는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디지털 대응 TV가 일단 고화질로 아날로그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데다 디지털방송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심리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과도기 상품으로서 소비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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