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발표한 정부의 2차 일본 대중문화 개방의 수위는 예상했던 수준이었다는 게 문화산업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영화계 일부에서는 자신감을 갖고 개방 대상을 보다 확대해야 했다는 지적이 나왔고, 가요계는 2000석 이하의 실내공연장으로 일본 가요 개방의 범위를 제한한 데 대해 제작사와 공연계가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정부는 일단 일본영화 수입의 범위가 확대된다 하더라도 영화계의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러브 로망」 및 「최근작」을 제외한 사실상의 시장개방 조치를 단행했다. 국제영화제에 입상한 일본영화가 대략 170여편에 달해 일부 문제작들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두 들여올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는 가요부문에 대한 문호를 대폭 개방하라는 일본 문화계의 압력을 우회하려는 시도로도 풀이된다. 뛰어난 일본영화라도 한 템포만 늦추면 국내 영화시장에서 맥을 못춘다는 사실을 알고 정부가 일본 측에 생색을 낸 것이라는 게 산업계의 분석이다.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일본영화의 개방을 단계적으로 대폭풀어나가겠다고 말한 것도 국내에 미칠 파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본영화의 수입 파고는 예상보다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지난 1차개방 때 들여온 일본영화들이 바람을 일으키기에는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고 오래된 영화들이라는 한계로 흥행에 실패했지만, 국내에도 널리 알려진 이와이 ㅅ지 감독의 화제작들이 개봉될 경우 상황은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하기도 한다. 특히 「러브레터」(토론토영화제 관객상)·「4월의 이야기」(부산국제영화제 관객상)·「동경의 주먹」(르카르노 영화제 젊은 심사 위원상)·「사후」(낭트 그랑프리) 등은 영화적인 재미로 인해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 마디로 「하나비」 「가케무샤」 「우나기」 등과는 흥행 변수가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들 영화를 갖고 있는 일신창투와 한아미디어 측도 『아직 계획이 없다』고 밝히고 있으나 조만간 수입추천 절차를 밟을 것이 거의 확실시 된다. 영화계가 최근 외화 구득난에 시달리고 있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가수의 국내공연 허용 조치는 정부의 고육책이다. 파장이 우려되는 가요부문의 개방분야선택이 쉽지 않았다는 문화부 관계자의 설명이고 보면 더욱 그렇다. 2000석 이하의 공연장으로 제한한 것도 그 때문에 나왔다. 이 기준에 의하면 일본 톱가수 「아무로 나미에」와 젊은 청소년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록 그룹 「글레이」 「샤즈나」 등의 내한공연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엄청난 개런티로 흥행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식품 접객업소에서의 공연과 공연실황의 방송을 불허한 것은 인디 음악계의 여파를 고려한 것이다. 따라서 가요부문의 일본문화개방에 따른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는 공연계는 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일부에서 잔뜩 기대했던 애니메이션 분야 개방은 방송과 함께 마지막 개방순으로 돌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적으로 정부가 일본대중문화 개방의 프레임을 산업계의 의견을 잘 수렴해 풀어 나가는 등 호흡을 잘 다듬고 있다는 게 문화산업계의 반응이다. 이와 관련, 박 장관이 『일본문화 개방의 파장을 깊이 관찰해가며 개방의 수급을 조절하겠다』고 밝힌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컨대 제조업종에 적용했던 「수입선 다변화 조치」의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대중문화계의 대한 진출은 상당히 자제될 것으로 예상된다.
<모인기자 inm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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