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적복제보상금제" 철회해야

 문화부가 최근 복사기·녹음기·녹화기 및 매체 생산업체로부터 제품 생산가의 일정액을 거두어 저작권자에게 보상해 주는 이른바 「사적복제보상금제」의 도입을 주요 내용으로 하여 입법예고한 저작권법 개정안은 법리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점이 있으므로 철회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복제기기를 이용해 사적복제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전제로 사적복제 당사자가 아닌 복제기기 제조자에게 저작권 사용료를 부과하겠다는 발상은 기존법 정신과 상충되고 법리적 타당성 결여, 저작권자에 대한 이중보상, 소비자부담 가중, 정부의 디지털 가전 육성정책에의 위배 등 많은 문제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적복제보상금제의 도입 방안은 우선 현행 저작권법에서 허용하고 있는 저작물의 무상 사용권에 관한 규정들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되는 모순이 있을 뿐 아니라 법리적 타당성 결여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서적의 경우 책에 저자의 저작권 및 저작물이 내재돼 있기 때문에 인세를 내야 하지만 복제기기는 서적과 달리 저작권자의 저작물이 포함돼 있지 않은데도 복제기기로 저작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에 사적복제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불합리하다.

 이러한 논리라면 복제기기의 작동을 가능케 하는 전기생산업체나 전력배송 관련업체 또는 복사용지 제조업체에 사적복제부담금을 부과해도 전혀 무리가 없을 것이다.

 이는 또 기업의 준조세 부담 경감을 위한 정부의 기본정책과도 배치되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 저작권의 사용 여부에 관계없이 저작물이 사적으로 복제될 수 있다는 개연성을 근거로 일률적으로 부담금을 부과하는 것은 관련업체들로선 사실상 준조세와 같기 때문이다.

 저작권자에 대한 이중보상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현재 저작권자 및 저작인접권자들은 개별적·구체적 저작권 사용계약에 의해 저작권 사용료를 이미 받고 있는데도 또다시 이 보상금제도에 의해 보상금을 받을 경우 이는 저작권자가 이중보상을 받게 되는 결과가 된다.

 또 사적복제보상금제는 소비자의 부담 증가와 물가인상이 불가피해지는 등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다. 복제기기가 갖고 있는 복제와 재생 기능 중 복제기능을 사용하는 비율이 10% 안팎에 불과한데도 10%의 복제 가능성을 전제로 복제기기를 구입하는 소비자에게 일정률의 부담금을 일괄적으로 부담케 하는 것은 대다수 선의의 소비자에 불이익을 주게 된다.

 정부의 디지털 정보가전산업 육성정책과 배치된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과 정보화의 확산으로 가전·컴퓨터·반도체·통신·방송 등의 통합이 가속화되면서 등장한 디지털 정보가전산업은 새로운 개념의 제품과 신규 시장을 창출하며 21세기 정보시대의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산업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적복제보상금제도를 신설할 경우 디지털 정보가전업계로 하여금 기술개발 투자여력을 상실케 하고 경쟁력 확보에도 상당한 차질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며 대외적으로는 통상마찰을 일으킬 우려가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부 국가가 이런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지만 이는 결국 자국산업 보호와 수입규제가 목적이란 점에서 이번에 문화부가 도입, 시행하려는 사적복제보상금제와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부는 이 제도를 입안하기에 앞서 사적복제 행위가 어떤 형태로 어느 정도 행해지고 있는지, 또 사적복제 행위의 순기능과 손실에 대한 분석 등의 조사를 병행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작업 없이 유럽 등 외국에서 동 제도를 도입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사적복제로 인한 저작권 보호를 위해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는 이 제도의 도입에 크게 반발, 문화부를 비롯해 산자부·재경부·공정거래위원회 등 관계당국에 이 제도의 철회를 요구하는 건의문을 제출했고 앞으로도 각 정당에 건의문을 제출하는 등 더욱 적극적인 철회운동을 펼쳐나갈 방침이라고 하는데 이 문제가 산업계와 정부간의 마찰로 비화하지 않도록 관계당국의 현명한 판단과 처리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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