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MRA" 대응책 시급하다

 다가오는 21세기에는 「표준」이 「기술」을 지배하는 시대가 된다고 한다. 품질·성능·가격 등 지금까지 국제 경쟁력을 좌우하는 변수가 「기술」이었다면 앞으로는 「표준」이 경쟁력을 좌지우지하게 되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하루가 멀다하고 새로운 기술을 토대로 한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전자·정보통신을 비롯한 하이테크산업에 있어서의 표준화 문제는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세계 굴지의 정보통신업체들이 자사가 개발한 신제품을 기준으로 국제표준을 이끌어내기 위해 경쟁업체와의 합종연횡을 불사하고 있고, 주요 선진국의 「표준화 전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도 「표준」의 문제가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WTO체제 출범 이후 지역별·블록별로 분산된 표준들이 표준화기구를 통한 국제표준으로 점차 통합되면서 국제표준화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늠하는 최대 변수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최근엔 아·태경제협력체(APEC)·유럽연합(EU) 등 주요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국가간 품질적합성 평가를 서로 인정해 주는 다자간상호인증협정(MRA)이 핫이슈로 급부상하고 있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수출지향형 산업구조를 갖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범정부 차원의 체계적이고 치밀한 MRA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한 과제임에 틀림없다.

 상황이 이러한 데도 우리나라는 MRA와 관련, 아직까지 이렇다 할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주먹구구식 대응논리로 미국·일본·EU 등 강대국의 힘의 논리에 이끌려가고 있다고 하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로 인해 관련산업계에선 벌써부터 MRA가 향후 국내 산업계에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근본적으로 국제 표준에 관한 국민의 인식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각계의 대응력이 취약하기 이를 데 없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기관이나 전문가들의 각종 국제표준화기구에의 참여활동 역시 미진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정부 관련부처 간의 협조 부족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현재 우리나라 MRA정책은 산업자원부가 주도하고 있지만 관련 품질인증시스템은 정보통신기기의 경우 정보통신부, 전기용품 및 자동차의 경우 산자부, 의료기기의 경우 보건복지부 등으로 사분오열돼 있고 부처간 업무협조도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실제로 표준관련 업무가 산자부·정통부·건교부·환경부·복지부 등 10개 부처에 분산 운영돼온 관계로 우리나라 표준정책이 일관성을 유지하거나 MRA 관련 국제회의에서 부처간 한 목소리를 내는 데 한계가 있는 것으로 지적돼 왔다.

 하지만 더 이상 주먹구구식으로 대응할 수 없다. 이제부터는 국민의 인식전환과 함께 정부 차원에서도 산·학·연 공조체제를 구축, 적극적인 대처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데 총력을 경주해야 한다. 표준화 관련부처 간의 정보교류와 공조체제 구축은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와 관련, 연초부터 각종 국가표준체계를 발전적으로 통합하는 내용의 국가표준체계 통합방안을 마련하고, 국가표준제도의 확립을 위한 기본시책 및 종합계획과 국가표준 관련부처 간의 효율적인 업무조정을 위한 국가표준심의회를 설치, 운영키로 하는 등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키로 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또 환경·안전·통신 분야를 중심으로 한 표준화와 함께 외국과의 MRA 체결 등을 추진하기 위한 시험·검사제도의 선진화, 기준의 국제화 등도 서둘러야 할 일이다. 이 문제는 「국가표준기본법」이 올해 봄 임시국회에서 통과됐고 지난 7월부터 발효됐으므로 정부가 관심만 있다면 이른 시일내에 어느 정도 구체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2000년대 무역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MRA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품질인증시스템의 재정비와 함께 정부간 MRA 대응을 실질적으로 통합·조정할 수 있는 체제정비 등 더욱 적극적이고 다각적인 대응책을 서둘러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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