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40)

 우리는 다이묘 주물공장이 있는 에도가와구로 갔다. 그곳은 마치 서울의 구로공단 같은 곳으로 동경 근교에 하나의 공업단지가 형성되어 있었다. 그는 승용차를 타고 오지 않았는데 아침 출근 시간에는 차가 많이 막혀서 승용차를 이용하면 불편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그와 나는 전철을 타고 갔다. 동경의 전철은 처음 타보았는데, 노인에서 젊은이에 이르는 많은 사람들이 타고 있었고, 그들의 손에는 한결같이 책이나 신문이 들려 있었다. 한쪽에 서서 후쿠오카가 나에게 말했다.

 『출퇴근 시간에는 전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출퇴근 시간에는 우리 회사 사장도 전철을 탑니다. 그리고 손님하고 약속을 할 때도 전철을 이용하지 않으면 시간 약속을 지키기 어려운 곳이 동경이지요. 서울은 어떻습니까?』

 『서울도 마찬가지지요. 동경만큼 심하지는 않지만 서울도 별로 나을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회사 간부나 사장들은 꼭 승용차를 타지요. 그렇지 않으면 안 된다는 듯이오.』

 나는 자신을 비하하는 감정으로 말했는데, 구태여 그에게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역에서 내려 대합실 밖으로 나갔다. 역 밖의 큰길에는 택시와 버스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그곳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공장으로 들어섰다. 공장 정문 앞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서자 수위실에서 경비하는 노인이 후쿠오카를 알아보고 경례를 붙였다. 머리가 허옇게 센 노인이 유니폼을 입고 모자를 단정하게 쓰고 정중하게 경례를 붙이는 것도 특이한 느낌을 주었다. 경비실에 있는 그 노인은 외모라든지 기품으로 보아 젊었을 때는 지금 들어서는 후쿠오카 과장보다 더 높은 위치에 있었겠지만, 지금은 은퇴하고 이곳으로 와서 수위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수위 노인을 보면서, 일에 대한 성실성 때문인지, 아름답다는 느낌까지 받았다.

 우리가 공장장실에 들어서자 사람들이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단체복을 입었지만, 한눈에 나이가 들어보이는 사람이 공장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후쿠오카의 소개로 공장장 요시다를 비롯해 기술 과장, 주임, 그 밖에 여러 명의 엔지니어들과 인사를 했다. 회의실로 보이는 공장장실 한쪽의 넓은 탁자 위에는 어제 연구소 소장 시마무라에게 주었던 내가 개발한 제어장치 프로그램 카드가 놓여 있었다. 이미 소프트웨어의 검색이 끝난 눈치였다. 그리고 환대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면 만족스러웠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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